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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정말 봉준호 감독이 당했을까

입력
2009.05.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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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아무래도 당한 것 같네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계의 한 인사는 장탄식과 함께 "봉 감독의 '마더'가 국제영화제들 간의 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가 칸영화제 주요 관계자 등을 만나고 난 후 내린 결론은 이렇다. "칸영화제의 실세인 예술감독 티에리 프리모가 '박쥐'와 '마더'의 경쟁부문 동반 초청을 강하게 시사하자 봉 감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뜨거운 구애를 뿌리치고 칸을 선택했다. 칸은 봉 감독의 베니스행 거부를 확인한 뒤 '마더'를 경쟁부문 아래 단계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내 열혈 영화팬들이 "칸영화제가 한국의 간판 감독을 농락했다"며 흥분할 만한 일이다. "'마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갔다면 주요 상 수상은 떼논 당상"이라는 아쉬움도 토로할 만하다.

그러나 국내 한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는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만일 봉 감독이 감히 프리모의 부름을 외면하고 베니스를 갔다면 영영 칸의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영화계의 절대권력으로 자리잡아가는 칸영화제의 최근 위상을 생각한다면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칸영화제는 오래 전부터 영화제의 대명사다. 한때 칸영화제와 어깨를 겨뤘던 베니스영화제가 만년 2등의 자리에 머물면서 최근 칸의 문화권력은 더욱 강화됐다.

마르코 뮐러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몇 년 전 "칸영화제 출품작은 거부하겠다"며 자존심을 내건 정면대결을 선언했지만 그 뒤 오히려 베니스영화제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많은 감독들이 양자택일의 길에서 주저없이 칸을 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칸영화제는 수식이 필요없는 거장들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물갔다"는 말을 듣던 제인 캠피온 감독 등이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쏠린 세계의 시선을 칸으로 돌리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생존을 위한, 그리고 문화적 철옹성을 쌓기 위한 칸영화제의 쇼비즈니스 마인드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 세계 최고의 영화축제가 상업주의로만 얼룩져 있진 않다. 칸의 중심거리 '크로제와'에선 성장한 세계 각국의 남녀들이 영화제를 흥겹게 즐기고 있었다. 명품의 나라 프랑스는 영화제도 제일의 명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고 있었다.

칸에서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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