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퇴직 설계사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려 골치를 앓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전직 설계사 135명은 회사가 부당하게 환수해간 선지급 수당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27일 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6월 소송을 내는 동양생명 등 상당수 보험회사가 '수당 선지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인 설계사 모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보험계약을 따낸 설계사들에게 1년 이상 계약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수당을 미리 지급했는데, 이것이 바로 선지급 수당이다. 1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수당의 55%를 보험계약 직후 미리 지급하고, 나머지 45%는 조금씩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사이 설계사들이 퇴직하고 보험계약도 1년 이전에 해약된 경우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초 퇴사한 설계사 2,800여명에게 해약ㆍ실효된 계약에 대해 선지급 수당 중 일부를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계약 유지를 전제로 전체 수당의 55%를 미리 줬는데, 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적게는 수십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수당을 토해내라는 요구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충무 조재현 변호사는 "퇴사 이후 유지되는 계약은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유지 안 되는 계약에 대해서만 수당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 측은 "계약 내용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고 업계 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제살깎기'식 과잉 경쟁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한다. 2000년대 초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처음 도입한 선지급 수당은 애초부터 환수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많았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확장에 혈안이던 보험사들은 영업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경고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부 설계사들은 계약을 부실하게 체결하고 선지급 수당만 받은 뒤 다른 회사로 옮기는 '먹튀'행각을 보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낸 보험료가 엉뚱한 곳에 낭비된다는 비판도 받았다. 생명보험사들이 2008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선지급한 수당은 1조7,632억원으로 전체 지급수당의 35.2%나 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다툼의 시비가 어떻게 가려지든, 보험사의 출혈 경쟁 관행이 수그러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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