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를 접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침통한 얼굴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로 속속 찾아왔다. 이들은 서거 당일 "현 정부와 검찰이 원한 게 이런 것이냐"(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명박 정부가 잔인하다"(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격앙된 반응이 많았던 것과 달리, 24일에는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장례 절차 진행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가장 바쁜 이는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이다.
고인의 최측근으로 검찰 수사 대응에도 함께 했던 문 전 실장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비보를 알리는 역할까지 맡았다. 문 전 실장은 빈소가 마련된 뒤 정계 인사들과 조문 시간을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고, 특히 국민장으로 장례 방식을 결정한 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과 세부적 절차를 논의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재임 시절 뿐 아니라 퇴임 이후에도 김해에 내려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생활했던 김 비서관은 누구보다도 충격이 컸을 텐데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두 눈이 부어있는 김 비서관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경황이 없습니다"라는 짧게 답하고 돌아섰다.
검찰 수사 당시 언론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했던 그는 서거 이후 언론 창구 역할을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넘겼다. 빈소가 마련된 후에는 외부에 나와 문상객을 맞이하는 대신 권양숙 여사을 비롯한 고인의 가족을 돌보는 등 '집안 일'을 주로 챙기고 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 전해철 전 민정수석,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민주당 백원우 이용섭 의원 등 측근 8명은 23일 운구를 맡아 시신을 빈소까지 옮기며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밤 늦게까지 분향소를 지키며 연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경호원에게 "담배 한 대 있느냐"고 물었던 것을 기억해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 후 영전에 바치기도 했다.
이밖에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희상 국회 부의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문 부의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구도 "권력이 그렇게 몰아간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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