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공식 분향소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정치 역정 속에서 동지나 지지자, 또는 적으로 만났던 이들까지도 유서에 적은 대로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간 고인의 영면에 옷깃을 여몄다.
김해 봉하마을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는 조문 행렬이 1km 이상 이어지며 1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전국적으로 이날 하루만 수십만명이 조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의 추모 게시판들에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글이 수십만건 올라왔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의 공식 분향소에는 아이 손을 잡은 시민, 노사모 회원, 문화ㆍ종교계 인사, 정치인 등 각계 각층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봉하마을 진입로의 차량 출입이 금지돼 3㎞ 이상 걸어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편히 쉬십시오', '명복을 빕니다' 등 추모글을 적고 헌화했다.
전국 곳곳에서도 시민단체 등이 앞다퉈 분향소를 마련해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지역 장벽을 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부산과 광주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을 맞았다. 조계종이 전국 25개 사찰에 마련한 분향소에도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왔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역대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의 투신 자살이라는 비보에 시민들의 충격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분향소 주변에서 "정부와 검찰이 노무현을 죽였다"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고, 청와대와 대검찰청 홈페이지 등에도 비난 글이 쇄도했다. 봉하마을 빈소를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 등 일부 정치인들은 지지자와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원망하지 말라'고 한 만큼 그의 죽음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각계 각층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가지고 진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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