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전국은 애도와 추모물결로 뒤덮혔다. 서울 도심에서부터 산골짜기 사찰까지 분향소가 마련된 지역에는 검의 리본의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하거나, 정부가 설치간 분향소에는 고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추도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었다. 스포츠 경기가 펼쳐진 그라운드에는 확성기 응원 대신 조기가 내걸렸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축제를 취소하기도 했다.
2002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노풍'(盧風)의 진원지였던 광주는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3시께 전해진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낭보도 시민들의 충격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금남로 옛 전남도청 등에 시민들이 마련한 분향소 내 흰색 천에는 '그 해맑은 미소를 기억합니다' 등 추모글이 빼곡히 적혔다. 의사인 양필선(33)씨는 "광주와도 인연이 깊은 서민 대통령을 이렇게 떠나보내 죄송할 뿐"이라며 "개인적인 모멸감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부산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고인의 모교인 개성고(옛 부산상고) 측이 서면 장학회관에 마련한 분향소에는 윤광웅 전 국방장관 등 동문을 비롯해 1,000여명이 들렀다.
고3 때 노 전 대통령과 '짝꿍'이었다는 정연현 동창회 상임부회장은 "국민은 좋은 지도자를 잃었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친구를 잃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고 비통해했다. "국화꽃 한송이라도 바치자"며 부산에서 40여㎞ 떨어진 봉하마을을 직접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조계종이 해인사 통도사 등 25곳의 사찰에 설치한 분향소에는 신도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았다. 충북 보은 법주사 법당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에만 조문객 500여명이 다녀갔다. 경기 부천 송내역 광장, 충남 서산시청, 전북 전주 문화광장 등 전국 곳곳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고인을 애도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자체들은 예정된 지역 행사들을 모두 취소하는 등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서울시가 청계광장에서 열기로 한 '별별가족 한마당' 행사를 취소한 것을 비롯 충북 단양군 소백산철쭉제 개막 불꽃쇼, 이천도자기축제 폐막 공연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스포츠 경기장에도 애도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는 당분간 8개 구단이 치어리더 응원이나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지나친 응원을 자제하기로 했다. 프로축구 경기장 역시 경기 시작 전 선수단이 묵념을 올리고 조기가 게양됐다.
노 전 대통령이 특히 애착을 가졌던 단체들의 슬픔은 한층 깊었다. 신경진 5ㆍ18부상자회장은 "'매년 참배하겠다'고 말할 만큼 5ㆍ18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던 분이었는데 뜻밖의 서거에 슬픔을 가누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호 울산보도연맹희생자유족회장은 "노 전 대통령은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직접 위로도 해주신 분인데 이런 비보를 접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통해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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