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개발 조합 측으로부터 건물 명도 소송을 당한 서울 용산2구역 상가 세입자들의 제청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구역을 비롯한 도심 재개발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 김천수)는 22일 도정법 제49조 제6항이 "세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상의 정당한 보상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조항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리처분 계획이 인가되면 분양권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될 때까지 해당 지역의 토지, 건물 등에 대한 소유주와 세입자의 사용ㆍ수익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재개발 지역에 다시 입주할 수 없는 세입자들의 재산권을 박탈하면서도 아무런 보상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공용 목적으로 재산권을 수용하는 경우엔 법률로 보상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조항이 정비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도입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도정법으로 인한 세입자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과도하게 침해돼 기본권 제한에 대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용산2구역 재개발 조합 측이 세입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 소송은 헌재 심판 때까지 중단돼 건물 철거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또 지난 1월 '용산 참사'가 일어난 용산4구역 등 30여 건의 명도 소송이 걸려있는 서부지법을 비롯, 다른 지역의 법원들도 헌재 결정 때까지 판결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 도심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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