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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급한 경기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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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급한 경기회복 기대

입력
2009.05.2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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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의 조기 회복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얼마 전까지 한겨울이던 금융시장은 이미 완연한 봄날이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원화 가치도 덩달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실물부문에서도 여기저기서 경기 회복의 푸른 싹(green shoots)이 돋아날 조짐이다. 경상수지 흑자에 생산 둔화세가 약화되고 고용감소 폭도 축소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경제위기의 급한 불은 어느 정도 진화돼 경기 침체의 골이 더 이상 깊어질 가능성은 희박해진 셈이다.

문제는 예상되는 경기 회복의 내용과 속도다. 지금과 같은 급속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의미는 정상적인 경기 순환주기 때와는 달라야 한다. 큰 폭으로 감소 성장을 하였기 때문에 감소분을 만회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성장을 지속해야 비로소 경기 회복이 실현된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적어도 2〜3년은 4〜5%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해야 비로소 경기가 온전히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이 늘어나고 투자가 살아나 고용과 소비가 증가하여 성장률이 높아지고 다시 투자가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완전히 복구되어야 한다.

온전한 경기회복 관점에서 보면 국내 경제는 아직 이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일단 수출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위기의 단초가 된 미국 경기가 여전히 미덥지 못한 때문이다. 부동산 재고 물량이 아직 과도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신종 인플루엔자가 급속히 번진다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경제여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용 부진과 막대한 가계 부채로 소비가 증가세로 반전하기는 한동안 힘들 전망이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저금리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로 금융시장은 안정시켰지만, 이것이 오히려 화(禍)가 될 수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버블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로 생겨나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역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외화 증가로 원화 가치 급등을 유발하고 시중 유동성을 증대시켜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단지 경기위축 양상이 멈춘 것을 보고 성급하게 경기회복 국면으로 오인하면, 경제위기의 불씨를 되살릴 위험성이 있다.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경기 상황이 바닥권이냐 여부는 대외 충격의 추가발생 여부와 어떤 정책대응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대외 충격이 없다면 국내 경기가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경기를 살리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미 확보한 재정지출 자금을 통해 실업 증가를 막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 등으로 넘치는 시중 부동자금이 기업 투자와 녹색성장 분야와 같은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수 침체에 의한 경상수지 흑자구조 역시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내외 경기회복 가능성에 수반되는 원화 가치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대비한 수출 경쟁력 강화와 지역별 수출증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 경제위기 이후 국내경제의 성장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추어 산업을 재편하는 작업도 적극 추진해야 할 과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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