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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대광다이캐스트공업, 노조가 발벗고 뛰어 망한 공장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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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대광다이캐스트공업, 노조가 발벗고 뛰어 망한 공장 살려냈다

입력
2009.05.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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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9시30분 경기 오산시 누읍동 ㈜대광다이캐스트공업 공장. 직원들은 끊겼던 전기 공급이 재개돼 먼지 쌓인 변전실 배전반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광경을 보며 속 울음을 삼켰다.

밥 사먹을 돈도 없어 공장에서 쌀 씻어 밥 짓고 김치를 담가 먹으며 동분서주한 지 7개월. 그 동안 켜켜이 쌓인 설움을 씻어내려면 엉엉 소리 내 울어도 시원찮겠지만, 20여명의 직원들 중 누구도 눈물을 떨구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한 뒤 청산 절차에 들어간 한 중소기업이 경기도와 한전 등의 도움으로 다시 공장 가동에 나섰다.

1960년대 초 설립된 ㈜대광다이캐스트공업은 '다이캐스팅 공법'(쇳물을 금형틀에 고압으로 주입해 부품을 성형하는 공법)을 기반으로 한 첫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로 명성을 날리며 현대차, 대우차 등에 300여가지 부품을 납품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부터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다 지난해 1월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10월 공장문을 닫았다. 법원은 두 달 뒤 파산선고를 내렸다.

회사가 회생할 것을 철석같이 믿었던 170여명의 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평생 열심히 일만 한 우리가 무슨 죄가 있냐"며 한탄하던 이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자구노력에 나섰다.

무임금 조업을 선언하는가 하면, 전국 대기업을 찾아 다니며 60억원 상당의 생산주문 물량을 확보한 뒤 법원 파산부와 채권단에 "회생할 수 있다"고 읍소했다. 그 덕에 올 1월 조업 재개를 허가 받았다.

그러나 이내 벽에 부딪쳤다. 3억4,900여만원(보증금 2억원 포함)의 체납 전기료가 문제였다. 공장을 가동하려면 전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누구 하나 망한 회사에 거액의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백방으로 수소문 하던 직원들은 경기도의 '기업SOS기동반'을 찾았다. 경기도는 2월 말부터 정부 부처와 한전 등에 유망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연체료 규정 개선을 요구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발벗고 나섰다. 그는 "전기료 때문에 공장을 멈춘다는 게 말이 되느냐. 도지사 명의로 보증서를 쓸 테니 전기를 공급해달라"고 호소했고, 한전은 이날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이 업체가 최대 약점인 마케팅 능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주일 가량 기계 점검을 한 뒤 이르면 다음주 말부터 정상 조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수룡 노조위원장은 "두 달 전 포항에 내려가서 첫 납품물량을 따냈을 때 목이 메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를 믿고 발주한 기업들과 회사를 재가동하는데 도움을 준 경기도, 한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 반드시 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정상 조업을 시작하는 날 조촐한 고사상을 차릴 계획이다. 조업 재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옛 사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다 채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복귀를 희망하는 옛 사우들을 모두 다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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