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찾아 세상으로부터 피해 들어간 서강이, 오히려 저를 세상 한복판에 세워 놓은 것 같습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인 최병성(46ㆍ사진) 목사가 산문집 <알면 사랑한다> (좋은생각 발행)를 펴냈다. 원시의 물결이 고요히 숨쉬는 서강의 사계절을 글로, 그리고 사진으로 새긴 책이다. 이슬 머금은 습윤한 아침과 산중의 이른 낙조 사이에서 꽃 피우고 알을 낳는 생명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재활용 시멘트의 해악에 맞서 홑몸으로 싸우고 있는 운동가의 책치고는 무척 담백하다. 알면>
"자연을 지키자는 막연한 당위성보다는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정 생명을 알고 사랑하게 되면, 어떤 고난을 무릅쓰고서라도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용기가 생겨나기 마련이지요."
목회 활동을 하던 최 목사는 1994년 "한국 교회의 영적인 가벼움에 회의를 느끼고 하나님과 더 깊은 만남을 위해" 강원 영월군의 서강 가에 정착했다. 그러나 2년 뒤 영월군이 이곳에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추진하자 그는 자연스레 환경운동가가 됐다. 2년의 숲 속 생활에서 "영성과 환경은 하나"라는 깨달음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목회란 생명을 지키는 일이에요. 이 생명엔 인간과 자연 모두가 포함됩니다. 자연에는 어떤 극한의 경우에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이 가득합니다. 도심의 현대인들은 숲을 잃어버렸지요. 단순히 숲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숲에서 길을 묻고 삶을 배우는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최 목사는 올해 초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쓰레기 시멘트'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삭제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위원회의 조치를 "꽃보다 아름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 소동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 시멘트의 해악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환경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기엔 내게 부족한 점이 많다"며 다시 서강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강물이 꽁꽁 언 추운 겨울에 숲길을 거닐다가 노란 민들레꽃을 만났어요. 참으로 놀라운 풍경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아간 민들레 꽃잎엔 지난 밤 내린 하얀 서리가 가득했어요. 희망이란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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