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하는데 3시간 이상 걸려도,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에 있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온통 애도와 비통함 뿐이었다.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 임시 분향소에는 비가 간간이 흩뿌리는 와중에도 추모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멈추지 않았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에서 400㎞나 떨어진 서울 도심이었지만, 추모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울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인 23일 오후 5시께 설치된 분향소에는 일요일인 이날 오전 일찍부터 조문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새내기 엄마, 등산객 차림의 시민, 성경책을 손에 든 교인 등 각양각색의 조문객들이 가세했다. 오후 1시가 넘어서면서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한 조문행렬은 광화문 방향인 시청역 3번 출구에서 지하철 내부를 지나 반대편인 시청역 4번 출구까지 1km가 넘게 이어졌고, 오후 5시가 넘어서면서 반대편 덕수궁 길을 따라 정동극장까지 역시 1km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일본 아사히 TV는 이런 장면을 별도 중계팀을 보내 담는 등 주요 외국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두드러졌다.
깊은 주름 속에 웃음을 띤 인자한 모습의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옆에는 조화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담배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이모(36)씨는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경호원에게 담배를 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어 조문 후 담배를 갖다 놓았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한결같이 고인을 추모하면서도 비통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부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최모(41)씨는 "누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대학생 이모(22)씨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우리 곁에 있던 분이었는데 이제 누가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느냐"며 울먹였다.
주말과 휴일 이틀간 대한문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줄잡아 1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조문을 한 오재성(43)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차린 분향소를 보니 고인이 마지막 길도 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역 광장 및 서울역사박물관 등 2곳과 성북구 등 권역별로 4개 구청에 추가로 분향소를 설치해 25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조문이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10분께 시민 100여명이 충정로 방면 편도 3차선 도로 중 2개 차로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던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추모객 중 일부도 서울광장 진입을 시도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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