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는 다른 일 다 미뤄두고 원서를 읽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두 쪽 분량의 원서를 해석하느라 종일 씨름했다. 그나마 인터넷 사전으로 단어를 쉽게 찾는다는 걸 위안 삼으면서. 그러다 묘안이 떠올랐다. 아, 구글 번역기가 있었지! 번역기에 문장을 쳐넣고 번역하기를 눌렀다. 웬걸 얼토당토않은 문장이 떴다. 단어와 단어가 이렇듯 비틀어지고 왜곡될 수도 있는 걸까. 해독 불가였다.
그러고 보니 구글 번역기 사용 후기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평가는 '절대 믿지 마세요'이다. 참 심심했던가 보다. 누군가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를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놓았다. '어머나'는 '오 마이 갓'이었다. 별 기대 않고 읽었다가 한참 웃었다. 이렇게 구글 번역기랑 노는 이들이 적잖은 모양이다. '심심할 때 뭐하지?'라는 선생의 질문에 아이들이 "구글 번역기요!"라고 대답하는 만화도 있다.
중, 고등학교 6년 내내 영어 점수는 80점 이상이었다. 짬짬이 영어학원에 다니는 시늉도 했다. 한때 영어사전 한 권을 달달 외우리라 마음 먹기도 했다. 외운 페이지는 염소처럼 뜯어먹자 작정했는데 그때 그 사전은 새것처럼 남아 있다. 정말 다 외운 페이지를 뜯어먹었다는 이가 있다. 시인 함민복씨다. 생각해보니 영어사전이 아니라 국어사전이었던가.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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