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비전은 하나는 중소기업, 다른 하나는 녹색산업입니다."
김동수(54ㆍ사진) 수출입은행장은 21일 취임 100일(23일)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0일은 제 임기의 시작이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동분서주해왔다"며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국책은행장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2월13일 취임한 김 행장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으로, 수출입은행 설립(1976년)과 비슷한 시기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78년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국무조정실, 외교통상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재경부로 돌아와 경제협력국장과 정책홍보관리실장, 차관보에 이어 제1차관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30년간 책상 앞에서 한국경제의 큰판을 짜던 자신이 현장을 누비는 '뱅커'로 변신한 것처럼, 수출입은행도 지난 30년간의 묵은 모습을 떨치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변화의 제1과제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확대. 김 행장은 "사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수출을 이끌어온 만큼 수출입은행도 대기업 수출금융 지원에 역량을 쏟아왔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강한 중소기업이 수출을 주도할 것"이라며 수출중소기업 지원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행장은 취임 직후 수출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50% 정도 늘린 13조원으로 책정했다. 또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190여개 고객은행의 대출금리를 1.5~2.0%포인트 일괄 인하했으며, 묵은 숙제였던 대기업과 납품 중소기업 간 어음결제 관행개선도 '네트워크 대출방식'을 새로 도입해 큰 성과를 이뤘다.
네트워크 대출이란 중소 협력사들이 대기업 앞으로 원자재를 납품하면, 수출입은행이 즉시 해당 중소협력사의 계좌에 대금을 입금해주고 나중에 대기업이 이를 갚는 방식이다. 김 행장은 "네트워크 대출방식을 통해 현재 30% 수준의 현금결제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대기업 대출 위주로 영업해온 수출입은행이 짧은 기간에 중소기업 지원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김 행장의 '현장경영' 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 김 행장 취임 이후 행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들은 출장이 없는 주에는 빠짐없이 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해 요구사항을 수렴한다.
중소기업 살리기와 함께 김 행장이 역점을 두는 제2과제는 녹색산업 육성이다. 그는 "최근 세계흐름에 발맞춰 조선과 철강 플랜트 등 중화학공업 위주였던 지원대상을 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작년보다 50% 가량 늘어난 1조원 이상을 녹색성장 분야에 지원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김 행장은 국내기업의 해외 녹색산업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달 2일 미국 수출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국제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또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지원에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배정하고, 자원펀드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현장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바쁜 와중에도 그는 나라경제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고 있었다. 김 행장은 "최근 금융지표가 호전돼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해외 주요국의 실물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면서 "사태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실물경제는 연말 정도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피부로 와 닿는 시점은 내년 봄 이후가 될 전망"이라며 눈높이를 좀더 낮출 것을 당부했다.
외화차입 여건과 관련해 그는 "외화차입 자체는 더 이상 문제가 없고, 이젠 얼마나 낮은 금리로 차입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국내 외화차입 여건개선을 위해 수출입은행이 6월 말 선제적으로 보다 좋은 조건의 외화조달을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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