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들은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한국의 정치문화, 그가 목숨을 끊은 원인과 향후 한국 정치의 향방 등을 자세히 조명했다. 수천명의 조문객이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봉하마을로 몰려들어 길게 줄을 서고 있으며, 서울 도심의 덕수궁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자발적으로 설치됐다고 전하는 등 한국의 애도 분위기도 소개했다.
이들 언론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청렴과 도덕성을 앞세웠던 점이 그가 검찰의 부패혐의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았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노 전 대통령이 청렴한 정치인으로 명망이 높았기 때문에 자신이 부패혐의로 수사받는 것을 특히 고통스러워 했다고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당시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정경유착을 깨고 보수언론과 맞섰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가져올 한국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했다. 이 신문은 봉하마을 주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부수고,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패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조문을 막는 등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정치적 갈등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서울 특파원을 역임한 마이클 브린의 분석을 인용해 "부패한 인물이라면 부패혐의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여러 지면에 자세히 소개하고 사설로도 다루면서 남북 관계 악화나 한국 정치의 후퇴에 우려를 표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지연이나 혈연, 학벌이 힘을 발휘하고 정치와 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회를 바꾸려 한 노 전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은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계속 부정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이 집중해 있고 가족도 강한 영향력을 가진' 권위주의 체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중국의 부패문제에도 큰 교훈을 준다"며 이틀 연속 특집과 논평 등을 게재했다.
중국신문망은 스인홍(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정치는 역사적으로 '검은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번 사건 역시 전통적인 부패고리와 연관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런민일보는 "한국의 정경유착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의 자본주의가 아직 불완전해 기업이 정부의 보호와 특권을 받으려는 데서 발생한다"는 웨이즈장(魏志江) 중산대(中山大) 한국학연구소 부교수의 발언도 소개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정치의 비극"이라며 "한국 정치는 민주화를 표방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는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범수 특파원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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