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아버님의 영전에 이 영광을 바칩니다."
전세계에서 확산되는 신종인플루엔자로 아버지를 갑작스레 여윈 미국 고교 야구선수가 장례식 다음날 열린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워 화제다.
미 CNN 방송과 뉴욕포스트 인터넷판은 24일 뉴욕의 로버트 F 케네디 고등학교 야구팀 투수 조던 위너(18) 선수가 21일 현지 고교 B리그 경기에 등판해 이 같은 기록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위너의 아버지 미첼 위너(55)는 미국에서 처음 신종플루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퀸즈 소재 제238 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던 중 전염됐다. 이후 지병과 합병증이 발생, 17일 숨졌으며 장례식을 20일 치렀다. 31년 동안 교직에 몸 담아온 그는 뉴욕에서 신종플루 때문에 목숨을 잃은 첫 번째 환자이다.
조던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21일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하이츠 고교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돌아가신 것과 관계 없이 내가 경기에 나가 공을 던지기를 바라셨다"고 밝혔다.
아버지 이름의 이니셜 'M. W.'를 새긴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 오른 위너는 이날 5이닝 동안 15타자를 맞아 14개 삼진을 잡는 등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결국 무안타 무득점의 노히트 노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로버트 F 케네디팀은 위너의 활약으로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위너는 경기 종료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고 내게 힘을 불어 넣어 주셨다"며 "경기 내내 아버지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내가 이처럼 좋은 피칭을 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웃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보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마이크 멀스테이 감독은 "경기는 우리 학교 역사상 가장 인상에 남을 것"이라며 "조던은 놀랄만한 대단한 실력을 보여 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너는 201cm의 장신으로 현재 3학년이다. 그는 왼손 투수로 올 시즌 31.1이닝에 등판,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일찍부터 퀸즈대학으로 진로가 확정됐다.
위너는 26일 키세나 파크 구장에서 펼쳐지는 앨프리드 E 스미스 고교와의 B리그 2차 라운드 경기서도 아버지를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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