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종교계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의의 서거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으로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있는 유족과 국민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불교 조계종은 "노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고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국민 곁을 떠나게 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국가의 대내외적인 위신을 전혀 고려함 없이 노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들에 대한 가혹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조화와 포용, 자비의 정신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노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위한 행보에서 자기 헌신을 통해 결국 참여정부를 세워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느꼈던 참담한 고통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영원한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 학계
학계 인사들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충격과 애도를 표하면서도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원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는 "비극적이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파당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통령직'에 대해 그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정치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죽음을 매우 심각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용하는 세력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보수 학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노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그와 같은 비극적인 결정을 했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후 전직 대통령이 직면하는 비극은 다른 대통령에게도 공통적인 일이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가 차분하게 전임 대통령의 죽음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전직 대통령을 망신주는 방향으로 기획 수사됐고, 살아있는 권력은 120%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이는 역사의 후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아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망신주는 정치적 보복의 악순환은 단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인사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역사학)는 "한국정치에서 노무현만큼 수구세력의 요구를 다 들어준 정치인도 없지만 재임중에는 탄핵으로, 퇴임 후에도 계속적으로 보복하고 모욕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한국사회 수구세력의 옹졸함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그의 시대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며 지금은 그의 죽음을 슬퍼할 시기"라고 말했다.
■ 문단
문인들도 충격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문예진흥원 원장을 지낸 소설가 현기영씨는 "뉴스를 들었을 때 저격당한 느낌, 궤멸당한 느낌, 큰 산이 무너진 느낌이었다"고 충격을 말했다.
그는 "민주화를 완성시켰고 사회 전체의 권위주의를 몰아냈다는 점은 그분의 죽음을 접하며 우리가 분명히 평가해야 할 점"이라며 "혹시라도 이 죽음을 정치적으로 훼손하려는 세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원장에 임명됐다가 최근 사퇴, 입원 중인 시인 황지우씨는 "정전이 된 느낌이었고, 충격에 혈당 수치가 갑자기 올라갔다"며 "죽음 이외에는 선택의 길을 열어주지 않은 우리 사회의 강퍅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인사인 소설가 복거일씨는 "치적은 낮았지만, 풍운아적 면모를 지닌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삶을 마감한 것은 인간적으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처연하다"며 "우리 사회가 더 맑은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지도자들이 권력과 부패의 문제를 좀더 성찰하고 시민들도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소설가 김연수씨는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분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 연예계
연예인들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추모 물결을 이어갔다.
TV드라마 '태왕사신기' 등을 연출한 김종학씨는 "많은 이들의 꿈이고 동경의 대상인 대통령을 지낸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개탄할 일"이라며 "너무 안타깝고 국민들의 꿈을 없애는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촬영 중인 장진 감독은 "너무 충격이 커 촬영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며 "단 한 번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분이 힘이 없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싸움을 선택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우 권해효는 "뭐라 할 말이 없고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이준기는 검은색 바탕으로 바꾼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국화 사진을 올려놓고 '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실었다. 래퍼 60로우(본명 박준영)은 홈피에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분명히 회자되어야 하고, 혁신적이었고 젊고 다른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라져야 할 사람들은 뻣뻣하게 그리고 너무 당당하게 살고 있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 체육계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유치에 성공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2007년 과테말라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진두지휘하던 모습이 선한데…"라면서 "한국 체육이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셨지만 하늘에서도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 힘이 돼 주실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김인식 한화 감독은 24일 잠실 LG전에 앞서 "서거 소식을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감독은"2006년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아 예선과 본선에서 일본과 싸울때국제전화로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던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한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반일 감정이 들끓었던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야구 대표팀에게 "일본을 꼭 꺾어달라"고 부탁했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최경주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멍하다. 우리 운동선수도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날 애도의 뜻을 표현하고자 상의와 하의를 모두 검은색으로 입었다.
이왕구 기자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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