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ㆍ정윤미 등 옮김/살림 발행ㆍ1,084쪽ㆍ4만8,000원
<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 는 베트남전의 진실을 밝히는 보도로 196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출신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유작으로 남긴 한국전쟁 이야기다. 1963년 취재에 착수해 2007년 출판하기까지 44년간 공을 들인 노작이다. 탈고 후 5일 만에 교통사고로 숨진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의 최고 저서로 꼽았다고 한다. 콜디스트>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처럼 통설에 도전하는 독특한 관점 같은 것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광범위한 자료조사, 수백명에 달하는 참전용사 인터뷰 등을 통해 전투현장에서부터 전쟁지도자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에 이르기까지 한국전쟁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한국전쟁의>
특히 고집불통에 안하무인이지만 내면적으론 '마마보이'로 그려진 전쟁영웅 맥아더 장군을 비롯해 트루먼과 스탈린, 김일성과 마오쩌둥 등 전쟁지도자들의 인간적 초상은 한국전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잊혀진 전쟁'이며 모호한 전략, 수많은 판단착오와 실수, 불확실성, 혹독한 자연조건이 끝없이 뒤엉킨 '수렁 같은 전쟁'이다. 저자는 이를 박진감 있는 다큐멘터리적 서술로 드러냈다.
책은 1950년 10월 20일 미군 제1기병사단의 평양 입성과 5일 후 벌어졌던 중공군과의 첫 교전, 그리고 연이은 패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 1950년 8월 낙동강방어선전투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1950년 11월 장진호 전투,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등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전쟁의 비극적인 순간을 전한다.
실수와 오판은 개전 때부터 계속됐다. 첫 번째 오판자는 소련이었고 원인제공자는 미국이었다. 1950년 1월 12일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애치슨 선언'을 발표했다. 소련은 이를 한반도에서 어떤 무력도발이 있더라도 미국은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중국의 공산혁명을 방치한 것도 소련이 한국전쟁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은 돋보인다.
오판은 남한을 침공하면 남쪽 인민들이 봉기해 호응할 것이라고 판단한 김일성과 박헌영으로 이어진다. 미국도 오판했다. 인민군이 38선을 넘어왔을 때 맥아더 장군을 비롯한 주요 군 사령부 요원들과 정부 고위 관료들, 미군들 대부분은 그들을 과소평가했다.
저자는 미국 참전의 역사적 의의까지 깎아내리지는 않는다. 책에 인용된 한 참전용사는 "다들 그곳에서 모진 고생을 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인민군이 두 번 다시 남한을 넘보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정당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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