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운전기사가 뇌물을 받고, 중동의 부호로 위장한 기자들을 여왕이 머물던 런던 버킹엄궁에 잠입시키는 사건이 발생해 영국 왕실과 경찰이 발칵 뒤집혔다.
AFP통신은 24일 영국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들 기자가 왕실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아무런 수색이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22일 버킹엄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행 중 한명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주 이용하는 벤틀리 승용차에 탑승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보안위반의 대가로 왕실 운전기사가 받은 돈은 1,000파운드(약 200만원)에 불과했다. 기자들이 잠입할 당시 여왕이 버킹엄궁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보안상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으며, 이번 사건 수사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경찰청도 "버킹엄궁 직원들의 보안태세와 관련해 왕실과 협의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선정적 기사를 싣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경쟁이 치열한 영국의 언론 풍토에서 뉴스의 초점이 되는 왕실에 대한 불법잠입 취재 경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는 한 대중지 기자가 버킹엄궁에 하인으로 위장취업, 여왕의 아침 식사와 침실을 담당해 충격을 주었다.
이 기자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내외가 머물 귀빈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어 외교문제가 될 뻔 했다. 2004년에는 찰스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의 결혼식 전날 결혼식장인 윈저궁의 보안을 시험하기 위해 기자들이 위장폭탄 반입을 시도해 성공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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