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권여사 '등산 준비중 떼놓고 나갔다' 말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권여사 '등산 준비중 떼놓고 나갔다' 말해"

입력
2009.05.25 01:53
0 0

"불과 나흘 전에 통닭과 소주 사 들고 찾아가 힘 내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24일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만난 이재우(63) 김해 진영농업협동조합장은 갑작스런 비보가 믿어지지 않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 대창초교 1년 후배이자 권양숙 여사의 동기생으로, 봉하마을에 살며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이씨는 서거 사흘 전인 20일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찾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주 마을 일 도우러 온 여성 자원봉사자가 '노 전 대통령이 다른 마음 먹으면 어찌하냐'고 말하는 걸 듣고 저도 걱정이 앞섰어요. 권 여사한테 통닭 두 마리 사갈 테니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해 이날 오후 6시30분께 찾아갔습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아들 건호씨가 함께 했는데, 주로 이씨와 권 여사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씨는 "내가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성공한 대통령이다'고 하고, 권 여사도 '당신은 잘 살았다. 지지자들도 정말 많다'고 위로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잠시 웃거나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부터 같이 다녀 얼굴만 봐도 (심경을) 아는데, 힘이 없고 유달리 표정도 어둡고 침울해 보였다"면서 "최근 식사를 잘 안하셨다는데 이날도 술과 안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사저를 나설 때 노 전 대통령이 입구까지 배웅을 해줬다"면서 "'식사 잘 하시라'고 당부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며 울먹였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권 여사와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다가 경호원만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권 여사로부터 '서거 당일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다', '내가 준비하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이)먼저 나가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23일 오전 사저에서 경호차량이 긴급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권 여사에게 전화를 해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권 여사는 '나를 떼어 놓으려고 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해=권지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