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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무언의 시위? 진술 조서 3시간 읽고 서명… 3차출석 앞서 한나절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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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무언의 시위? 진술 조서 3시간 읽고 서명… 3차출석 앞서 한나절 입원

입력
2009.05.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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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때문에 애를 태웠다. 천 회장은 새벽 4시까지 진술조서를 숙독하는가 하면 돌연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돌발 행동으로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19일 천 회장을 첫 소환했던 검찰은 당초 이틀간의 조사를 거쳐 20일이나 21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계획은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천 회장에 대한 첫날 조사는 다음날 새벽 1시께 종료됐으나 천 회장은 3시간 이상 조서를 꼼꼼히 훑어본 뒤에야 서명과 날인을 했다. 천 회장이 늦은 귀가를 이유로 20일 휴식을 요구하는 바람에 검찰의 이틀 연속 조사 방침도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 때문에 그를 21일 재소환한 뒤 당일 밤이나 다음날 새벽 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전환했지만 천 회장은 새 방침에도 순순히 협조하지 않았다. 그는 오후 3시부터 무려 7시간 이상 조서만 훑어보다가 "몸이 피곤해서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버텼고 검찰은 "22일 오전 10시에 재출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를 내보냈다.

그러나 천 회장은 22일 오전 예고도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검찰로 가던 중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고 링거를 맞으면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후 느지막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결국 영장 청구를 23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칠순에 가까운 천 회장의 나이와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구속을 피하거나 사법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에 대한 일종의 무력 시위가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당초 천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여권 핵심인사들간 연결고리로 지목됐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범죄 혐의로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천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검찰도 만만치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소환 조사를 받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했다는 말과 함께 "수사팀이 일부 자백을 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발언은 향후 검찰에 소환될 '박연차 게이트'연루자들에 대한 경고 의미가 더 강하지만 천 회장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이라 법조계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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