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프로복서로 활동하던 군인이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잠적한 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부친과 부대 상사 등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남겨 군경이 검거에 나섰다.
22일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육군 모 사단 소속 상근예비역인 황모(21) 일병이 지난 16일 새벽 고양시 백석역 근처 모텔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 일병은 군 부대 허가를 받지 않고 복싱 경기에 출전하려다 발각된 뒤 지휘관에 반항하다 13일 국군수도통합병원 정신병동에 입원, 이틀 뒤 퇴원했다.
황 일병은 범행 뒤 자신이 운영하는 복싱 관련 카페에다 "살인을 계획하고 만인 앞에 드러내는 것은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며 자신의 여자친구와 부대 상사, 부친 등 5명의 살인 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했다.
황 일병은 이 글에서 여자친구의 변심과 정신병동에 강제로 입원하게 된 상황 등으로 살인을 계획하게 됐다며 "그들이 괴물을 깨운 것이다. 괴물을 깨운 책임은 피로 받아내겠다"고 적었다.
그는 또 "내 자신이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하류층의 칼이 되겠다" "킬러로서 '홍길동' 같은 영웅이 되겠다"는 등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과대망상증이 뒤섞인 파괴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일병의 살인 예고글은 21일 오후 카페에서 삭제됐으나 이를 본 네티즌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로 퍼날라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군부대 관계자는 "황씨가 평소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다"며 "현재 살인 대상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일병은 2007년 프로에 입문한 복서로 그동안 6전 6패를 기록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복싱에 도전해 모 언론과 방송에 '의지의 복서'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복싱 카페 회원이 1만명에 육박하는 등 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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