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건조기 '루펜'을 발명해 지난해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세계 최고 여성 발명가상;을 받은 루펜리의 이희자(55ㆍ사진) 사장.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특이한 모양의 소형 액자가 눈에 띈다. 흰색부터 짙은 흙색까지 여러 종류의 모래들을 색깔별로 무지개처럼 만들어 넣은 액자다. 왜 모래를 액자에 담아 놓았을까?
"모래로 벽돌을 만들 겁니다." 이 사장은 '모래 벽돌' 개발 사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그가 최근 발명한 모래 벽돌은 밀가루처럼 곱디 고운 중동의 모래를 석유에서 추출한 2차 가공물로 혼합해 단단하게 굳힌 건자재다.
'모래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모래로 만든 벽돌이 과연 단단할까. "흙을 구워 만든 일반 벽돌보다 10배 이상 단단합니다." 이 사장은 웃으며 사무실 한 켠에 놓여있는 연갈색 모래 벽돌 한 장을 가리켰다. 손으로 만져보고 두드려보니 쇳소리가 울렸다.
모래 벽돌은 단단하기도 하지만, 재료비가 안 든다는 장점도 있다. 바다처럼 펼쳐진 중동 사막에서 그냥 모래를 퍼내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중동의 모 국가와 현지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그야말로 '땅 파서 장사'하는 셈이다. "연내 공장이 건립돼 내년부터 모래 벽돌을 만들면 이를 이용한 건물이 중동 한 복판에 들어설 겁니다."
주방 가전을 만들던 이 사장이 모래 벽돌을 개발한 것은 그의 오랜 꿈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토목ㆍ건축 사업을 하고 싶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고 정주영 현대 회장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든 분이잖아요."
모래 벽돌이 시작은 아니다. 이미 남편인 성낙국 회장과 함께 자신이 대표를 겸하게 될 삼오프레스에서 친환경 건자재인 '폴리카블'을 7년 전에 개발했다. 자갈을 잘게 부순 뒤 결합해 만든 폴리카블은 보도 블록이나 가로수 보호대, 제방, 어초집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폴리카블은 물을 통과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지하수 형성에 도움이 되고 도로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 이런 성질 때문에 친환경을 강조하는 요즘, 서울 청계천 공사 등에 쓰이며 주목 받았고 정부의 하천 개발공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도 다녀왔다. 모 국가에서 폴리카블을 이용해 도로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현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다녀온 것이다. 그야말로 토목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소형 가전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최근 처리 용량을 2배로 늘리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해 살균 효과를 높인 '루펜W'를 출시했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음식물 건조기와 제습기의 뒤를 잇는 새로운 주방 가전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소형 가전에서 토목ㆍ건축 사업으로 도약한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은 확실하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소형 가전으로 가정을 행복하게 했다면, 앞으로 토목ㆍ건축 사업은 실외를 디자인해 행복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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