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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래를 여는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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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래를 여는 물길

입력
2009.05.2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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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양화나 서양의 풍경화에는 흔히 산을 배경으로 돛단배가 유유히 지나가는 강을 볼 수 있다. 그 강변에서는 강태공이 무심하게 세월을 낚는다. 이런 운치 있는 풍경을 머지않아 현대적 모습으로 도심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 아라뱃길 주변에서다.

경인 아라뱃길은 멀리 고려시대부터 1,000년 동안 이어온 국가적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 말 최초로 구상한 이래, 조선 중종때 재차 시도하였으나 기술과 재원 부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 그 오랜 꿈이 곧 현실로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천년 숙원' 경인 아라뱃길

지금의 인천 계양ㆍ 부평과 경기 부천ㆍ김포 등 굴포천 유역은 40%가 한강 홍수위보다 낮은 저지대로 상습적으로 수해가 발생한다. 평소에는 하천물이 한강으로 흐르지만, 홍수 때는 한강수위가 굴포천보다 4m이상 높아 자연 배수가 되지 않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1987년 굴포천 유역 대홍수를 겪은 뒤 1992년 홍수 때 굴포천 물을 서해로 빼내는 방수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최근 수해기록을 보면 1987년에는 농지침수 3,767ha, 사망 16명, 이재민 5,427명과 42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1998~1999년에는 가옥침수 1,194세대, 이재민 2,539명, 재산피해 112억원을 기록했다. 경인 아라뱃길은 거듭되는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활용하여 풍요로운 미래를 여는 물길이다.

경인 아라뱃길의 기대 효과는 크고 다양하다. 먼저 수해예방과 더불어 굴포천 방수로를 운하로 활용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는 이중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순한 방수로는 연간 약 10일의 홍수 때만 물이 흘러 평소에는 건천화 등 환경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운하로 겸용하면 늘 일정수위를 유지할 수 있어 친환경적 수로관리가 가능하다.

또 경인 아라뱃길은 친환경적 운송수단으로 도로운송 화물을 흡수, 도로 교통과 건설에 따른 환경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도로 중심의 수송수단을 다양화함으로써 물류체계를 개선하고 만성적인 선박정체에 시달리는 인천항의 부담을 나눌 수 있다. 경인간 도심교통 혼잡도 크게 완화할 것이다. 동시에 급증하는 대 중국교역도 서울까지 직접 선박운송이 가능해 진다.

문화 관광 레저산업에도 다양한 기회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과 연계해 경기 김포와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서부지역은 관광물류 명소로 발전할 것이다. 또 요트를 비롯한 수상 스포츠 등 다양한 레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경 효과도 만만찮다. 대기 및 수질오염 사고를 종합한 운하의 환경비용은 도로의 14분의1, 철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에너지 효율은 도로의 9배, 철도의 2.5배에 달한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위기,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후변화문제는 심각한 기상재해를 유발하고 수자원의 지역별 불균형을 초래해 생태계 질서를 뒤흔들며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 체제가 지속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매년 세계 GDP의 5~20%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세기 경쟁력은 물이 결정'

이제 녹색성장은 내키면 가고 싫으면 그만 둘 수 있는 선택의 갈림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그 외길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수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물이 결정한다"고 말한다. 쾌적한 일상은 물론 경제 발전과 선진강국으로의 도약에 수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하천을 살리고 수자원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경인 아라뱃길은 후세에 길이 남겨줄 대한민국의 녹색성장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아라뱃길은 미래를 여는 물길이다.

최병습 수자원공사 건설관리팀장ㆍ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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