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세련된 옷차림의 50대 여성이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중이던 백화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직행한 곳은 백화점 1층 금 매입 서비스센터. 가방에서 누런 1kg짜리 금괴(Gold Bar)를 꺼내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전달한 여성은 판매대금이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자리를 떴다.
국제 금시세가 고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부자들이 금괴를 내다팔고 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부자들을 위해 금 방문 매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아이파크백화점의 경우 한남동, 방배동, 이촌동 등 전통적인 부촌뿐 아니라 충북 보은 등 지방에서도 금 방문 매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김영민 아이파크백화점 전략마케팅실 부장은 "더 이상 금값이 오르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자들이 꼭꼭 숨겨둔 금괴를 내다파는 것 같다"며 "100돈 이상 대량 판매를 원하는 고객의 경우 방문 매입을 원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방문 매입 서비스를 원하는 이유는 보통 100돈 이상의 금은 돼지나 거북이 모양으로 조각됐어도 워낙 덩치가 커서 백화점에서 매매할 경우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 전략마케팅실 직원 이택근씨는 "금괴는 1970,80년대 대표적인 밀수품목이었고 선물용으로 암암리에 많이 거래됐다는 점에서 대부분 방문 매입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금 방문 매입 서비스 요청이 이어지자 당초 이달 말까지 실시하려던 계획을 6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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