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 선거의 최종 후보자가 4명으로 결정된 가운데 후보들 못 지 않게 주목을 받는 여성이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위축됐고 퍼스트레이디의 개념도 사실상 사라졌다.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도 고교 교사인 부인과 함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개혁파인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부인 자라 라나바르드는 이례적으로 남편의 선거유세에 동행하는 등 기존 관행을 벗어난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성직자들도 아직 라나바르드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지 않는데다, 그가 여성과 젊은 유권자의 폭 넓은 호응을 얻고 있어 이란 대선의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달 이란 대선에는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을 비롯해 모흐센 레자이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중도개혁파 정당 국민신뢰의 메흐디 카루비 대표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까지는 강경보수파인 아흐마디네자드가 독주하는 양상이지만 최근 무사비 전 총리가 부인의 도움을 등에 업고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는 무사비 전 총리보다 부인의 인지도가 더 높아 라나바르드는 무사비 후보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사비 후보는 1980년대 총리를 그만두고 정치권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20, 30대 유권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반면 작가와 조각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 라나바르드는 여성과 젊은 층에게 '잠재적 역할모델'로 각인돼 왔다. 실제로 그는 남편과 손을 잡고 유세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개혁파의 원조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찬사를 받는 등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유세장에서도 거침없는 언변을 토하고 있다. 그는 사상의 자유, 참여정치 구현,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 등 개혁적 공약을 내걸며 현 정부의 보수적 정치행태를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이란혁명 전까지만 해도 나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오히려 서구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며 솔직하면서도 민감한 발언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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