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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車시장, 우리도 비상등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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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車시장, 우리도 비상등 켜라"

입력
2009.05.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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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1의 완성차 업체 등극을 노리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마틴 빈텔코른 최고경영자는 이 달 18일 직원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포르쉐의 재정 투명성 문제로 합병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포르쉐와 합병 결의를 발표한 지 12일 만에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시계 제로(0)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회사 생존에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으면 가문간 혹은 회사간 약속도 깰 만큼 시장 상황은 냉혹하다.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요즘 극심한 수요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JD 파워의 게리 딜츠 자동차 부문 수석부사장은 "미국 자동차시장의 침체를 고려할 때 이른 시일 내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자동차 전문가들도 자동차 시장이 회복하려면 최소 5~6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008년까지 2년간 3만2,000명을 줄인 크라이슬러는 전체의 6%인 3,000명을 더 감원하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판매부문에서는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모델, 플랫폼, 판매망을 공유키로 했다. 여기에 닷지, 듀랑고 등 3개 모델을 단종하고 무수익 자산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GM은 미국 정부에 의해 사실상 해체작업이 진행중이다. 시보레, 캐딜락 등 핵심 브랜드만 남기고 오펠, 사브, 새턴 등을 매각해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한다. 상당한 인력 및 생산공장 구조조정을 단행됐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더 많은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1위 권좌에 오른 도요타도 흔들리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59년 만에 적자(4,369억엔)를 냈다. 이에 따라 2009년 판매 목표를 당초 1,040만대에서 800만대로 낮추고, 경영진도 교체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투자계획도 전 회계연도 보다 30% 적은 1조엔 규모로 책정했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 대한 2공장 건설을 유보하고, 2010년 가동하려던 미국 미시시피주 투펠로 공장의 준공 및 가동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문제는 우리 완성차 업계다. 이 달 들어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반짝 수요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지난해 말 이후 크게 위축된 내수 시장이 회복했다고 하기엔 갈 길이 멀다. 수출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급감했다.

국내 업계도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GM대우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내수와 수출 동시 부진의 여파로 가동 중단과 조업시간 단축을 통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시장 상황의 급반전이 없는 한 당분간 구조조정은 강화될 예정이다. 쌍용차는 전년 대비 70% 생산 감축, 전체 인력의 36%인 2,700명 인원 감축 등의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GM대우는 라인별 휴업 실시와 사무직 10% 임금 삭감을 실시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뼈를 깎는 고통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생존 위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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