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S&P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1978년 이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처음이다.
S&P는 21일 성명을 내고 "영국 정부의 적자 예산 정책으로 2013년이면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이런 추세는 S&P의 안정적 등급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P는 영국의 장기 및 단기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대로 각각 트리플 A(AAA)와 'A-1+'로 유지했다. S&P는 통상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지 2년 후에 40% 가량을 실제로 하향 조정해왔다.
이날 S&P의 전망이 발표되자 각종 금융 지표는 영국의 국가 신용을 우려하는 쪽으로 반응했다. 영국의 종합주가지수에 해당하는 FTSE지수는 4,345로 전일대비 2.75%(122포인트) 떨어졌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62%로 전일대비 0.04%포인트 폭등했다.
S&P가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영국 경제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3월 영국의 재정적자는 1,750억파운드(약 347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66.9%를 차지할 전망이다. 독일(55.9%), 캐나다(29.1%)는 물론이고 만성적인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70.4%)과 맞먹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의 지난달 재정적자가 70억파운드로 전년대비 무려 10배 늘었다"며 "기업 도산으로 세금 징수액이 줄어든 반면 실업 급여, 은행 구제금융 등으로 지출액이 급증, 적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S&P도 이날 발표에서 "영국 정부의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가 당초 500억파운드로 예상됐으나 최근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 1,450억파운드를 집행해야 할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면 기업 부도와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영국이 국가 신용등급이 실제로 낮아지면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유럽에서 다섯번째 신용등급 하향 국가가 된다.
영국을 능가하는 재정적자 대국인 미국의 향후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전문회사 핌코의 빌 그로스 대표는 이날 CNBC에 "미국이 현 추세대로 간다면 5년 안에 GDP와 부채가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시장은 영국과 미국을 쌍둥이처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FP통신은 한 경제 전문가를 인용해 "영국과 달리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해 신용을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국이 향후에도 최고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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