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서울고법 배석판사회의는 전국 평판사들의 맏형들이 모인 회의라는 점에서 회의 시작 전부터 법원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개별 재판과 관련해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건 행위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특히 회의 후반부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결과문에 이 부분을 반영하느냐를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져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으며, 결국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시환 대법관의 '제5차 사법파동' 발언 이후 촉발된 정치권 등의 이념 공격에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판사회의 결과는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 거부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일선 판사들의 여론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판사회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서울중앙지법이 법관 수가 가장 많은 법원으로서 대표성을 갖는다면, 최대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은 규모나 인적 구성 측면에서 '대법원 다음 법원'의 권위를 갖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대법관 발언 이후 사법부가 외부의 정치공세에 휘말리고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면서, 신 대법관 용퇴 촉구를 이어갈 동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들은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 더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태 해결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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