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관심의 사각지대이지요. 하지만 그곳은 도시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도 잃어버린 공동체의 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10번째 소설집 <생오지 뜸부기> (책만드는집 발행)를 상재한 문순태(68)씨는 3년 전 광주대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자신의 고향 인근 담양군 남면 만원리 생오지마을에 정착했다. '생오지'란 마을 이름은 '오지 중의 오지'라는 뜻으로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궁벽한 농촌마을이다. 생오지>
한국전쟁 난리통에 고향을 떠났다가 5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작가가 본 농촌의 현실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대학교수로 정년 퇴직하고 낙향한 사내가 주인공인 표제작은 자전적인 작품. 마을 한가운데의 조붓한 고샅은 2차선 도로로 변했고 어린 시절 그 흔하던 뜸부기는 몇날 며칠을 헤매고 다녀도 찾을 수 없다.
가족공동체 같았던 전통사회도 해체됐다. 마을에 어른이라는 존재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고, 콩 한 조각도 열 사람이 나눠 먹는다는 시골 인심도 사라졌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40대 농사꾼은 농촌에서의 실패한 삶을 더 늙기 전에 도시에 나가서 보상받아야겠다며 떠나려 한다.
농촌에는 희망이 사라진 것일까? 도시에서 은퇴한 뒤 이 마을에 귀농하려는 주인공의 처조카가 뜸부기를 찾는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은 소설의 핵심 메시지다. "기다리면 언제나 오겠지요. 희망을 가집시다." 피폐할 대로 피폐했지만 아직도 농촌에는 자연을 가꾸고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작가의 전언이다.
도시에서만 살다가 소꿉친구였던 여인의 부고를 듣고 고향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사내가 주인공인 소설 '그 여자의 방' 역시 도시적 삶과 농촌적 삶을 대비시킴으로서 "진정한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다.
작가 문씨는 "도시 인물을 소설로 형상화할 때는 관념적으로 만들었는데 고향에 돌아오니 이곳은 삶이 소설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느꼈고, 생생한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명의 고속변화 속에 사라져간 옛것의 원형을 복원하고 생명이 갖고 있는 본디 모습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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