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이언스 에세이] 녹색 페달을 밟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언스 에세이] 녹색 페달을 밟자

입력
2009.05.25 01:53
0 0

'지구 온난화 포르노'라는 말이 있다. 영국의 공공정책 연구소 IPPR이 처음 쓴 이 말은 언론과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자극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대중은 오히려 무기력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실천에서 멀어짐을 뜻한다. 전문가들의 경고로 온난화의 문제점은 잘 알게 되지만,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무감각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개개인의 실천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자전거 열기'가 뜨겁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고 건강도 돌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녹색운동이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할 때 절약하는 기름값만큼 자동차 배기가스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열기에 맞춰 관련 기업들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 바쁘고 정부는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보험, 지하철 자전거 전용 칸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자전거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듯하다.

세계적으로 자전거의 천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호한다. 그만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에게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1차선을 내어준다.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같은 비율로 나란히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은 무려 43%에 달한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면서도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은 1%에 못 미치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가 우리 교통의 1%만 더 분담하면 대기오염 감소 효과 외에도 연간 6천억원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만약 기반시설 확충과 자전거 애용 등으로 교통분담률을 10%까지 끌어올린다면 연간 6조원에 이르는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고 환경오염을 막는 간접 효과 또한 놀라운 수치에 달하게 될 것이다. 녹색성장의 주창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청정 에너지와 효율적 에너지 기술개발 능력이 앞으로 50년 동안 한 나라의 경제적 위상과 환경, 에너지 안보와 국가안보의 명확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녹색산업의 기초가 될 우수한 과학기술을 가진 과학강국이다. 반도체와 IT 등 연관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녹색성장의 잠재력 또한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반도체 산업이 그러했듯 관련 신기술 개발과 R&D 투자 등을 통해 세계적인 녹색성장의 흐름에 한발 앞서 대응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다행히 LED,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 우리의 녹색기술은 날이 갈수록 선진국과의 편차를 줄여가고 있다. 본원을 비롯한 많은 연구소의 연구실에서 녹색성장을 견인할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 주말마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내 주변 한 지인은 "자전거는 곧 여유"라고 말한다. 자동차로 지날 때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하며, 언제든지 그 자리에 멈춰 쉬어갈 수 있는 자유와 경제적 여유까지 선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자전거 타기가 우리에게 경제와 환경의 효율을 높이는 녹색성장을 위한 개개인의 실천이자, 삶의 여유와 건강을 함께 챙기는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