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진에서는 섣부른 애도의 말 한마디 오가지 않은 채 24일 대검청사는 이틀째 적막감만 흘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서만 공식적으로 23일 조은석 대변인 명의로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한 줄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해온 수사진은 사건 발생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고, 홍 기획관은 찾아온 기자들에게 "혼자 있고 싶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매일 열리던 수사 브리핑도 무기한으로 잠정 중단됐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전 9시35분께 출근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무거운 표정으로 집무실로 직행했다. 대검은 이날도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출근해 회의를 가졌다.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서울중앙지검 차장들과 부장들도 출근해 비상 대기했다.
수사진은 "검찰 수사에는 잘못이 없었다" 식의 항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진의 분위기에 대해 "막막하고 멍한 상태인 것 같다"며 "잘잘못에 대해 언급할 기력도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검찰의 내부 반응은 주로 수사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다른 검찰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결과론으로 따지지 말아야 하며, 검찰로서는 의혹이 제기된 수사를 그냥 덮을 수도 없었던 만큼 수사 자체에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 홈페이지 등에서는 임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어 검찰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잘못이 있든 없든 전직 대통령의 서거까지 부른 비극에 대해 임 총작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임 총장을 임명했다는 점도 사퇴론의 논거가 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정권 차원에서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임 총장의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논란이 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한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예정인데, 총장이 사퇴할 경우 향후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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