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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같이 가야지, 먼저 가면 어떡해…" 權여사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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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같이 가야지, 먼저 가면 어떡해…" 權여사 오열

입력
2009.05.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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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가족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권양숙 여사는 24일에도 봉하마을 사저에 칩거했고, 상주인 아들 건호씨를 제외하고는 가족들 대부분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부인과 자식, 형까지 온 가족이 한꺼번에 검찰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던 와중에 닥친 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권 여사가 23일 비보를 접하고 양산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25분.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의식도, 호흡도, 심장박동도 없는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을 계속 하던 의료진은 권 여사가 도착한 직후 이를 멈췄다. 권 여사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남편의 시신을 붙들고 "같이 가야지, 먼저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통곡하다 실신했다고 지인은 전했다.

권 여사는 입원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다 이날 오후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사저에 머물고 있다.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최근 끼니를 잘 챙겨먹지 않는 등 몹시 힘들어 했던 반면, 권 여사는 두 달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 때문에 힘들어 할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권 여사는 자신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고초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심한 자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 서거 후 사저에 칩거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던 권 여사는 지친 표정으로 25일 새벽 1시30분께 진행된 입관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23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빈소가 마련된 마을회관까지 옮기는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서럽게 목 놓아 울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오후 8시40분께부터 2시간 넘게 문상객을 맞은 건호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 인사에 "감사합니다"라고만 답했다. 건호씨는 이후 초췌한 모습으로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으며, 24일까지 오후까지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지인은 "많이 지쳐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연씨는 마을회관 안에서 친지 등을 맞이하며, 가끔 권 여사가 있는 사저에 다녀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회관 안에서 정연씨를 만난 문상객은 "권 여사가 많이 힘들어 해 정연씨와 건평씨 부인 민미영씨가 곁을 지키며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도 주로 마을회관 안에 머물렀다. 세종증권 인수 로비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는 전날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풀려났다. 24일 오전 1시40분께 봉하마을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의 연이은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은 채, 고인이 된 동생의 빈소 앞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29일 오후 5시까지이며, 건평씨는 이 기간 봉하마을과 장지 등 장례가 치러지는 곳을 벗어나선 안된다.

김해=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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