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버림의 철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버림의 철학'

입력
2009.05.25 01:52
0 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중국인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나이와 유년시절의 어려움, 정계입문 과정, 거친 표현, 남을 비판하는 데 엄격하면서도 자신의 패밀리에는 관대하다는 점 등 공통점을 가진다. 둘 다 부인과 자녀가 연루된 뇌물수수혐의를 받았고, 똑같이 부인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결국 사죄하며 죽음으로 결말을 맞았다. 반면 천 전 총통은 감옥에서 아직도 죄를 뉘우치지 않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

난징(南京)대 교수 겸 시사평론가가 중국의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이다.

노무현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머릿기사와 특별기획기사로 다루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역경을 극복한 정치 풍운아에서 평민 대통령이 된 개인사는 물론, 전직 한국 대통령의 비운과 한국의 정치ㆍ문화사 등을 기획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도 기획기사를 싣고 네티즌의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남북한과 한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자주 비교해왔다. 노 전 대통령 시절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교역ㆍ투자ㆍ방문 대상국으로 성장했고, 한중 관계는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함께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이룬 6자 회담의 성과도 중국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스인홍(時殷宏)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고구려를 둘러싼 동북공정 문제로 중국과 한국 사이가 긴장됐을 때 외교적 수완을 발휘했고,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정치적 성과를 냈다"면서 "그런 점에서 최근 드러난 비리사실이 그의 정치적 업적을 모두 부인하게 만드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스위안화(石源華)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센터 주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관계에 50%, 한일ㆍ한중 관계에 각각 20%의 비중을 두고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중국과 호혜 평등 관계를 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말까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국 국가원수로 노무현 대통령이 올라 있었던 것도 단지 웃고 넘길 해프닝이 아닐 만큼 중국에선 이명박 대통령보단 노 전 대통령의 인지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중국 언론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연루 혐의를 다룬 기사에서'한국판 천수이볜 사건'이라며 노무현과 천수이볜 두 사람을 자주 비교했다.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 기사들을 접했더라면, 자신이 천 전 총통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민중의 용서 받을 것"

"노무현은 더 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도덕심)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승부사 노무현은 결국 감옥에서 자살을 입에 달고 사는 천 전 총통과는 그 결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인들은 그 '버림의 철학'을 '양지(良知)'라고 말한다. 스인홍 교수는 "아무리 가혹한 정치 세계라도 인정미가 있게 마련"이라며 "노무현은 결국 민중의 용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를 버림으로써 자기를 얻는 '버림의 철학', 노무현의 그 기질이 바로 천 전 총통과 비교되며 중국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