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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진보인사 물갈이 끝

입력
2009.05.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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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56)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예종 감사 및 총장 중징계 추진에 대해 "전형적인 표적 감사"라며 "총장직을 사퇴한다"고 19일 발표했다.

황 총장은 문화부가 18일 밤 감사 결과를 한예종에 통보하고, 자신에 대한 중징계(파면ㆍ해임ㆍ정직)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키로 하자 이날 오후 서울 석관동 한예종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장직 사의를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문화부 산하 기관ㆍ단체장 중 마지막까지 현직을 유지해왔던 황 총장의 사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인사 물갈이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황 총장에 앞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던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도 문화부의 감사 등으로 중도 퇴진했다.

황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3월18일~5월1일 진행된 문화부 감사는 학교 설립 이후 17년 연혁에서 유례가 없는 융단폭격식 감사였다"며 "감사의 최종 도착지가 총장 퇴진과 한예종 구조개편을 겨냥한 전형적인 표적감사라는 것이 노골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초 문화부 예술국장이 학교를 찾아와 거취를 물어 (정부가) 퇴진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의미를 전달 받았다"며 감사 이전에 퇴진 압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최종학 문화부 감사관은 이에 대해 "이번 감사는 정기적인 성격의 감사"라며 "표적감사는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황 총장의 경우도 사퇴 거부-집중 감사-비위 적발-징계 추진 등 김윤수 전 관장, 김정헌 전 위원장에 대한 인사 수순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코드 인사'의 완결편으로 보고 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지난해 3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힌 뒤, 자진 사퇴를 거부했던 김윤수 전 관장은 문화부 감사에서 마르셀 뒤샹의 작품 '여행용 가방' 구입 절차 등의 하자가 적발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계약해지됐다.

김정헌 전 위원장 역시 문화부 감사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규정 위반 등이 적발된 것을 이유로 해임됐다.

황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학교발전기금을 유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만 영수증 처리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총장 퇴진에 이를 만큼 중대한 비리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수긍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부가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을 요구한 12건 가운데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ㆍ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상당수가 대학교육의 자율성과 본교의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며 "매우 섬세하고 특수한 예술교육 분야에서 아카데믹 시스템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행정관료들이 손 보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신건석 문화부 감사담당관은 "황 총장 중징계 요청은 비위가 무겁고 고의적일 경우 파면 등의 처벌을 명시한 공무원 징계령에 따른 것"이라며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징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고, 사퇴인 경우 교수직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980년대 시집 <새들도 새상을 뜨는구나> 등에서 번득이는 시어로 암울한 사회를 비판했던 시인인 황 총장은 "다시금 우리 사회에, 새들도 세상을 뜨는 시간이 도래한 것인가?"라며 "이제 자유롭게 좀 만납시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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