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마해영(39) Xports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선수 상당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마해영은 18일 발간한 <야구본색>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출간)이라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현역시절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야구본색>
그는 또 "외국인 선수들이 훨씬 복용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국내 선수들도 다수 있었다"고 지적한 뒤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쉽게 유혹에 빠진다.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 우황청심환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프로야구선수 출신이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한 것은 처음이어서 심각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실제 드러난 사례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당시 진갑용(삼성),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때 박명환(당시 두산) 2명 뿐이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마해영은 19일 "약물 복용 대상은 용병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8개 구단을 통틀어 한 자릿수였다"며 한 발 물러선 자세를 보였다.
마해영은 이날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롯데전 해설을 위해 찾은 중계석에서 '실제로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거의 다 용병이었다. 특정 선수, 의심을 살 만한 선수가 있었지만,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고 답했다.
그는 국내 선수들이 약물을 구하는 과정에 대해선 "용병들이 뭘 먹고 있으면 다가가서 '뭐냐'고 묻기도 하고 그래서 좋다고 하면 호기심에서 한 번 복용하는 식이었다"며 "장기간 복용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해영은 또 "나도 막판에 2군에 내려가고 성적이 안 좋을 땐 솔직히 (약물에 손대고 싶은)유혹이 있었다.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복용하진 않았다"면서 "요즘도 1,2군을 오가는 후배들은 그런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행여라도 그러지 말라고 책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홈팀 두산 구단측은 이날 경기에 앞서 마해영의 출판기념 사인회를 허용했다가 책 내용을 전해 들은 뒤 곧바로 취소했다. 마해영과 출판사 측은 잠실구장에 나와 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 사인 교환 내용은 40개 소주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진화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마해영은 책에 쓴 내용은 모두 도핑 테스트가 도입되기 전의 일이라며 파문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약물 복용 실태 폭로를 전해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상일 KBO 총괄본부장은 "책 내용을 확인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해영은 책을 통해 올 초 김재박 LG 감독이 제기했던 선수들간의 '사인거래'도 일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치면 2군 내려간다'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거의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라며 "선수들도 살아남기 위한 '아주 작은 제스처'라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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