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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세계 평화의 종' 26일 타종/ 평화의 '탄피 종소리' 세계로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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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세계 평화의 종' 26일 타종/ 평화의 '탄피 종소리' 세계로 울려라

입력
2009.05.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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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 화천군청에서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40여분 오르자 거대한 댐이 나타났다. 총 저수량 26억3,000만 톤이지만, 물이 거의 없어 밑바닥이 드러나 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금강산댐을 이용한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다며 지은 '평화의 댐'이다. 당시 코흘리개들까지 돼지저금통을 들고 국민 모금 행렬에 동참했지만, 금강산댐의 위협이 부풀려진 사실이 밝혀져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완공됐다.

분단의 비극과 냉전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댐에서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한국전쟁과 분쟁 현장 등 30개국에서 모은 탄피를 녹여 만든 평화의 종 소리가 울려퍼진다.

화천군이 2005년부터 조성한 '세계 평화의 종 공원' 준공식이 26일 열리는 것. 행사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등 외국 손님들도 대거 참석한다.

공원은 댐 상단부(450여㎡)와 하단부(7,000여㎡)로 나눠 조성됐다. 상단부의 너른 평지 한 끝에는 신라 범종을 본뜬 무게 37.5톤, 넓이 2.5m, 밑지름 4.7m의 세계 평화의 종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두일 화천군 정책개발팀장은 "평화의 종은 통상 37~40톤인 탱크 한 대 무게와 맞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37.5톤은 전통 무게단위 관(貫)으로 환산하면 1만관. "평화의 소리가 '만방'에 울려 퍼지게 하자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평화의 종을 만드는 과정은 험난했다. 특히 29개국에서 탄피를 공수해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탄피 작전'을 맡은 화천군 정책기획단은 평화포럼,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모임인 피스잼(Peace Jam), 유엔 여성지위향상위원회, 세계교회협의회(WCC) 등을 찾아 다니며 도움을 청했다.

세계 각국을 도는 실무를 맡았던 현미희씨는 "화천에서 지금 전쟁에 쓰였던 무기가 평화의 소리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자 너도나도 참여하겠다고 나섰다"면서 "특히 탄피를 한국까지 직접 날라준 NGO 단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탄피 운반에 참가했던 미국의 마커스 브레이브룩 목사는 "출입국 심사 때 손에 든 작은 종을 흔들며 '평화의 종소리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 겨우 통과됐다"며 험난했던 운반 과정을 상세히 편지로 써 보내기도 했다. 이스라엘 자원봉사자는 탄피를 원형 그대로는 반출할 수 없다는 말에 찌그러뜨리는 묘수를 내 심사를 통과했다.

핏자국이 선명한 죽은 이라크 병사의 낙하산 벨트, 베를린 장벽의 철조망, 전쟁유품도 탄피와 함께 전세계에서 도착했다. 탄피는 종 제작에 일부 쓰였고, 일부는 기증품들과 함께 세계 평화의 종 공원에 전시된다.

국내 최대의 종 제작은 원광식 주철장(鑄鐵匠)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국내 유일의 범종 인간문화재인 그이지만, 37.5톤짜리 종은 처음 해보는 시도였다. 이 정도 규모면 46톤의 쇳물을 녹여야 하는데 자칫 용광로가 터질 수 있고 온도가 맞지 않으면 1년 넘게 준비한 거푸집 등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2.2톤씩 22개 용광로를 만들어 동과 주석을 각각 83%, 17%의 비율로 섞고 거푸집에 쇳물을 붓는 날에는 300톤 크레인과 30여명의 장정이 동원됐다.

그는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종은 본래 치면 칠수록 소리가 좋아지는 법이니 세계 평화의 종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자주 소리를 울려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완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의 종 윗부분에는 네 마리의 비둘기 용뉴(종 꼭대기 부분의 장식)가 달렸다. 각기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는데, 북쪽을 향한 한 마리는 한쪽 날개가 없다.

화천=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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