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탕감받고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을 상대로 실제 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해 조만간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19일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금품수수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한 조사 분량이 방대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돌려보낸 뒤 20일 다시 불러 박 전 회장과의 대질신문 등을 거쳐 혐의 사실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천 회장은 지난해 7∼11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박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한 전 청장에게 박 전 회장을 선처해 주도록 청탁한 혐의를 받고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청탁 이후 금품이 건너간 사실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금품은 '채무면제'방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2003년 세중나모인터랙티브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차명보유하고, 세 자녀가 2006년 4월 세중여행 합병 전에 이 주식을 싼 값에 사들이게 하는 수법으로 총 85억원 가량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고있다.
검찰은 앞서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으로부터 20여장의 이메일 진술서를 받고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직접 청탁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오늘 새벽 넘겨받은 이메일에서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천 회장의 전화를 받고도 청탁을 들어주지 않고 정상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국세청이 CJ그룹을 세무 조사할 때 천 회장이 도와줬다는 첩보와 관련, 지난 주말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미국 뉴저지 소재 아파트의 주인인 중국계 미국인 웡(Wong)모씨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미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법공조를 통하면 계약서와 통장사본을 건네받는 데 두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권양숙 여사를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다음 주 중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날 박 전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민유태 전주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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