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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의 '외도'… 사내 연구개발 →외부 인력·기술 접목 '연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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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의 '외도'… 사내 연구개발 →외부 인력·기술 접목 '연결 개발'

입력
2009.05.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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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금오공대 신소재 시스템공학부는 최근 누르거나 흔들기만 해도 전기가 생기는 나노전력발전소자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론상으로는 충전이 필요 없는 휴대폰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개방형 기술혁신을 뜻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일환으로 금오공대와 손 잡고 연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거둔 성과이다.

#2. 현대ㆍ기아차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삼성의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보유한 삼성LED는 자동차 전조등용 LED와 모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용 LED는 광학 구조와 렌즈, 방열 시스템, 반도체 소자 등의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부품. 두 회사는 기술 협력을 통해 연말까지 시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을 사내 연구ㆍ개발(R&D)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 외부의 전문인력과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연결ㆍ개발'(Conncet&Develop)이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폐쇄적인 내부 R&D만으로는 성과도 적을 뿐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C&D를 가장 앞장서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은 생활용품업체 P&G다. 현재 이 회사 제품의 40% 이상이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전세계 연구소에 9,000여명의 과학자를 보유한 P&G이지만, C&D 전략을 통하면 활용 가능한 전문인력 수를 180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실제 P&G의 화장품 중 '올레이 리제너리스트'는 프랑스 중소기업이 보유한 피부재생ㆍ주름개선 기술을 활용, 출시 8개월 만에 주름개선 제품 시장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협력사, 대학 연구소, 중소ㆍ벤처기업 등의 연구 주체들이 참여해 지식을 나누는 행사를 열고 있다. LS전선도 기술 아웃소싱의 규모를 내년까지 총 R&D의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LG화학은 연구 수행 중인 프로젝트의 기술적 문제점을 제시하고, 오픈 토론을 통해 새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삼성전기도 주요 대학들과 산학연구센터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C&D의 부각에는 경기 침체의 지속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황 탓에 투자 여력이 줄어든 기업들이 서로 윈윈 차원에서 기술 협력이나 C&D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기의 적극적인 R&D 투자는 불황 이후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 기업들의 C&D나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보 수준이다. 2005년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각국 기업들의 해외법인 R&D 비중은 독일이 22.1%, 미국도 14.1%에 달하지만, 우리는 1.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R&D 투자액 가운데 5대 기업의 투자 비중이 무려 40%를 넘어 불균형이 심한 것도 과제이다. 김민성 전국경제인연합회 연구원은 "그 동안의 R&D가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친 데다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C&D 및 오픈 이노베이션이 부각되고 있다"며 "개방형 기술 혁신이 더욱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연결ㆍ개발(C&D)

폐쇄적인 사내 연구ㆍ개발(R&D)에 대비되는 말로, 외부의 연구인력이나 전문가와 연계함으로써 R&D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경영전략. 헨리 체스브로 미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개방형 기술혁신'을 뜻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종류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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