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새로운 진로를 놓고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두 당은 4ㆍ29 재보선 뒤 각기 '쇄신'과 '뉴 민주당 플랜'을 내걸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린 노선 갈등에 가로막혀 공허한 논쟁으로 끝날 조짐마저 드러내고 있다.
18일 열린 한나라당의 쇄신특위 2차 전체회의에서는 정부ㆍ여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자아비판이 잇따랐다. 부자ㆍ수구 정당 이미지, 일방적 밀어붙이기 중심의 국정운영, 편협한 인재 풀, 당ㆍ정ㆍ청 엇박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또 '중도ㆍ실용 기조로의 전환'이나 '일방적 국정운영 수정' 등이 거론됐다. 정무장관직 신설과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소장파 중심의 쇄신특위 활동을 당 중진들이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비난도 삼가지 않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지난 1년 간 당력을 집중해 추진한 정책기조는 과거 10년 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라며 "국정기조 유지"를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뜩이나 실권이 없는 특위가 미리부터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민주당 비전위원회는 어제 지역위원장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본격적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의 새로운 진로로 제시된 '탈 이념, 현대화의 길'에 대한 반발이 예상보다 컸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비주류측은 "지금은 선명한 진보가 필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전위원회가 경제 성장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을 놓고 '한나라당 2중대'라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와 색깔논쟁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여야가 모처럼 표방한 쇄신과 변화 시도가 구태의연한 당내 파벌과 이념 대립의 벽에 가로막혀 지레 시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야를 가림 없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국민이 바라는 대의를 좇는 길을 고민하지 않으면 함께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진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