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선거관련법 개정으로 재외국민에게도 참정권이 부여된 뒤 동포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우려했던 부작용이 어김없이 현실화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외동포사회마다 지연 학연 등에 따른 복수 한인회로 나뉘어 반목하고, 특히 국내 선거철이면 열병을 치른다. 이런 마당에 재외국민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참정권 부여가 반목과 대립을 부추긴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본보 19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교민이 많은 외국 주요 도시마다 국내 정당과 연계된 모임이 부쩍 늘었다. LA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성향 교민들이 결성한 'US 한나라당 포럼'은 자주 모임을 갖고 한나라당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성향 교민들도 친 민주당 조직 결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교민들의 마음 고생과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중국 캐나다 호주 독일 영국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여야 정당의 재외교민 표심잡기 경쟁이다. 정당법상 여야는 해외지부를 둘 수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교민들의 자발적 모임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교민조직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의 잠재력이 그만큼 큰 때문이다.
15대와 16대 대선에서 각각 30만 표와 57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에 비해, 2012년 대선과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투표권 행사가 가능한 재외교민은 2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만 참여해도 선거판도가 달라지니 여야가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교포사회가 국내 정치와 맞물려 사분오열된다면 국가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교민들의 현지사회 적응과 발전에도 큰 장애가 된다. 여야 정당이 교민사회를 정치로 오염시키는 과당경쟁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자제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법률적 규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어렵사리 얻은 참정권을 올바로 행사하는 교민들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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