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의회 하원은 2005년 6월20일, 미국이 유엔 분담금을 내지 않도록 결의하는 법안을 찬성 221대 반대 184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미국이 원하는 몇 가지 유엔 기구의 일대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이것이 이뤄지기 전에는 분담금을 절반만 내고 나머지는 구조조정이후에 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이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쉽게 채택됐고, 나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였다. 도대체 유엔이 뭘 하는 기구이며,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고, 또 기구 자체도 너무 커져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공화당의 견해였다.
법안은 이런 맥락에서 미 연방 하원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안을 유엔이 앞으로 2년내에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유엔 운영비의 대략 4분의1을 부담하고 있지만 해마다 그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어디에 썼는지 분명치 않은 항목도 많았다. 또 중복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유엔 운영에 대한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법안에는 유엔에 독립된 감사기관을 둬 지출의 출처를 분명히 하고 유엔 안에서의 비리를 폭로하는 이른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유엔을 볼모로 해 "우리가 말한 대로 하던가 아니면 관둬라" 라는 식의 독단적인 미 의회의 행동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미 의회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경솔한 행동" 이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국무부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위협적이니 좀 심했다" 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결국 이 법안에 동의하고 유엔에 정식으로 안건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이 법안은 일종의 상징적인 것이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유엔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미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엔이 덩치가 커지면서 통제불능 상황에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도대체 유엔이 뭘 하는 곳이며 과연 유엔이 어떤 통제력이 있는가 하는 데 의문을 갖게 됐다. 아울러 게으르고 비대한 유엔을 재조정하던가 없애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요즘 또 다시 유엔을 없애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유엔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처하는 데 무능했고, 더욱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의 거부권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은 의구심을 갖게 됐다.
내가 보기에도 상임이사국 제도는 60년 전의 낡은 체제로, 이들 5개국이 도대체 뭐길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건지 웃기는 얘기다. 세계는 60년 전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를 5대 강대국이라고 불렀고 그래서 그런 특혜를 주었지만 이젠 바꿀 때가 됐다.
나는 이번 기회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제도를 없애고 새로이 G-20 국가들이 안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세계의 강대국은 경제대국을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G-20 경제대국들로 대체하고 지금처럼 상임이사국에 못 들어간 나머지 15개국을 교대로 이사국에 참석 시켜, 모든 결정은 다수결의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나라도 거부권 없이 민주정치의 근본 이념인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나는 최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은 다음 달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안을 강력히 추천함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제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이 유엔 재편 방안을 상정한다면 국제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로 6자회담을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지난 몇 년 간 6자회담이 뭘 했는지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회담이 끝날 때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하다.
매번 다음에 또다시 만나자는 데 합의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계속 대화를 하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실제 상황은 정 반대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러시아와 중국은 항상 북한 편을 들고 우리는 일본을 붙잡고 무얼 어떻게 하자는 건지 한심해 보인다.
일본은 항상 자국민 납치자 문제에만 매달릴 뿐 한반도 평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이럴 바엔 차라리 러시아와 일본을 빼고 4자회담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즉 중국과 미국, 남한과 북한으로 축소시키고, 참가자들의 지위를 높여 적어도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측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은 한국에선 차관보라고 부르지만 미 국무부에선 그리 높은 지위가 아니다. 그러니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기는커녕 이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입장이다.
어차피 북한은 6자회담을 공식 거부하는 성명을 낸 상황인 만큼 차제에 6자회담을 없애고 더 효율적인 4자회담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이 역시 유 장관에게 전달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유 장관은 내가 미 하원의원으로 있을 때 주미대사관 공사 직을 맡고 있었으며, 후에 주일대사를 거친 유능한 외교관으로 내 인상에 깊이 남았던 분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도 하루속히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6억 달러나 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남한을 향해 쏘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MD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민들의 우려를 최소화 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MD 체제 구축에 강하게 반대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방어용임을 설득하고 꿋꿋하게 추진하면 중국과 북한도 어쩔 수 없으리라 믿는다. 미국은 한국의 MD 체제 구축을 은근히 반길 것이며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어차피 미국의 장비와 기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미사일 방어 체제는 일본에 비해 훨씬 발전된 최첨단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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