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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미군 유해' 韓·美 합동발굴 현장/ 파커 만년필 나오자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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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미군 유해' 韓·美 합동발굴 현장/ 파커 만년필 나오자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입력
2009.05.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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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강원 화천군 풍산리의 한 야산 기슭. 미국 합동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발굴팀의 인류학자인 제이 실버스틴 박사가 색이 바랜 낡은 파커(PARKER USA) 만년필을 들고 말을 이어나갔다.

"미군 병사들이 당시 흔히 소지했던 파커 만년필입니다. 당시 편지는 병사들이 유일하게 고국과 소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JPAC 발굴팀은 14일부터 이 곳에서 한국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미군 6ㆍ25 전사자 유해를 찾고 있다. 지난해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은 뒤 기초 조사를 거쳐 본격 발굴에 나섰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이 지역에 외국군으로 보이는 시신 3,4구 가량 묻는 걸 봤다고 말씀하셨다"는 증언이었다. 반세기를 지난 어렴풋한 실마리에 의지한 채 JPAC 발굴팀원 12명은 한국 땅의 시골 산자락을 찾았다.

한미 대원들은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가로 세로 5m 가량의 흙구덩이를 파내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퍼올린 흙을 촘촘한 채에 올려 조그만 물체라도 가려냈다. 모든 과정은 이들의 설명대로 '범죄 현장'을 감식하듯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실버스틴 박사가 검은 '007가방'을 열었다. 며칠 간 발굴된 전사자의 흔적들이다. 만년필을 비롯해 M-1 소총 탄피들과 탄두, 미군 군복의 일부로 추정되는 단추 등이 보였다. 손가락 뼈로 보이는 뼛조각들도 있다. 이날도 군용 칫솔과 뼛조각 일부가 추가로 나왔다.

실버스틴 박사는 "본국으로 보내 DNA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미군 유해인지 섣불리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정황상 미군 유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JPAC 대원은 "미군이든 한국군이든 어떤 유해든지 기쁠 것"이라고 했다. "찾지 못한 한국군 유해가 13만명, 미군이 8,000여명이나 있는데 한 사람이라도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JPAC 발굴팀은 한 달 일정으로 강원 화천과 양구, 철원, 경기 연천 등에서 순차적으로 발굴을 진행한다. 화천은 1951년 6월 국군과 유엔군이 1ㆍ4후퇴 이후 재북진을 시작하면서 미 9군단 예하 7사단과 24사단이 중공군과 격전을 치른 곳이다.

이번 발굴은 기초 조사부터 실제 발굴까지 전 과정을 처음으로 한미 유해발굴단이 공동 진행했다. 지난해 한미 유해발굴에 대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이후 가능해진 일이다. 미군 유해를 발견하면 양국 공동발굴을 통한 첫 미군 유해발굴이 된다.

미 발굴팀 지휘관인 마크 웰치 대위는 "과거에는 발굴 준비에만 4,5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한 나절에 끝낼 수 있었다"며 한국군의 도움에 사의를 표했다. 한국 발굴단 역시 공동 작업을 통해 JPAC의 오랜 경험을 전수받게 됐다.

실버스틴 박사는 "국가가 실종자들을 고향으로 데리고 온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인들에게 '만약 당신이 싸우다 외국에서 전사하면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유해를 되찾아 오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화천=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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