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온주를 아시나요."
일 년에 한 번 북촌 한옥마을 시음회에서 만 맛 볼 수 있는 향온주가 이르면 올 말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조선시대 궁중에 술을 바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인 양온서에서 어의(御醫)들이 직접 빚었다는 이 술은 궁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으며 외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국가의 큰 행사에만 사용됐다. 술 원료로 차가운 녹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뜨겁게 발효시키는 일반 술과 달리 제조에만 6개월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2대 향온주 기능보유자인 박현숙(58)씨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제자를 길러내 이르면 올 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향온주를 일반에서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 씨는 어릴 적 어머니 어깨 너머로 향온주 제조법을 배우다 1대 기능보유자(서울시 무형문화재 제9호)였던 고(故) 정해중 선생의 눈에 띄어 사사했다.
그러나 기술을 전승해줄 수 있는 환경은 그가 배우던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형 문화재로서 그가 지원 받는 금액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그나마 이 돈은 한 해 12만원 밖에 지원 받지 못하는 두 명의 제자들을 위해 고스란히 쓰인다.
박씨는 "제자들이 마음 놓고 전승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안 된다"면서"술을 빚을 때도 일정한 온도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서울에는 조건이 맞는 공방을 마련하기 너무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19일 박씨의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그를 '2009 서울전통예술인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또 다른 무형문화재 5명도 박씨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박씨는 "향온주의 일반 유통을 위해 국세청 면허를 받으려 했지만 여러 규제에 부딪혀 좌절했다"면서 "그러나 올 말이나 내년부터는 유통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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