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을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도리어 책임론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법원별로 잇따라 판사회의를 개최한 소장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대법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 대법원장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이 "대법원의 조치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미흡하다고 결의했다"고 밝혔고, 서울북부지법도 신 대법관의 일련의 행위를 사법행정권의 행사로 본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인식 및 그에 따른 대법원장의 구두 경고 조치에 대해 "사태를 해결하는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 외 의정부지법 등 판사회의를 개최한 다른 법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판사들이 돌려서 표현하고 있지만 요체는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말고 신 대법관을 법관 징계위에 회부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법원 외부인사가 더 많이 참여하는 공직자윤리위가 일선 판사들이 느끼는 재판독립 침해에 대한 체감정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신 대법관에게 면죄를 줬다면, 이 대법원장이 이를 바로 잡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윤리위는 자문기구로서 권고의 기능만 있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이 대법원장의 몫이며, 윤리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좀더 강단 있는 결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이 사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론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했던 행위에 대해 윤리위 권고 내용보다 훨씬 강력하게 재판개입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징계에 준하는 '엄중경고'를 내렸기 때문에 나름대로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경고를 받은 뒤 사퇴를 했다면 사태가 마무리 됐겠지만 그렇지 않아 불만이 대법원장에게 튀는 것 같다"며 "법관 징계위에 회부했어도 강제 사퇴는 불가능한 만큼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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