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동 평화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동시에 아랍권 국가 모두가 이스라엘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는 주고받기식 해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매파인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측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 방안'의 수용을 이스라엘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중동평화협상 중재자로 일했던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이-팔 갈등은 어느 한 쪽을 편드는 흑백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첫 흑인 대통령이고 '후세인'이란 아랍식 이름을 가진 점은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평화중재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몇 가지 자산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부단히 무슬림을 향해 화해와 포용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아랍권의 호응을 얻은 상태이다. 또 상원의원 시절 이스라엘 편향적인 미국의 중동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라시드 칼리디 컬럼비아대 교수와 교류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천착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기자들은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존재감도 긍정적인 변수이다. 그는 이-팔 양측 관리와 모두 일해왔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을 더 깊숙이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6일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민족이 공존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FT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거나 두 국가 해법 방안을 수용할 경우 아랍 국가들도 보상 차원에서 이스라엘과 통신, 항공 등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친 이스라엘 로비그룹의 압력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또 1990년대 후반 총리 시절 평화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네타냐후의 마음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CNN방송은 "내달 7일 레바논 총선에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헤즈볼라가 선전하면 중동평화 정착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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