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감을 위해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법령을 통해 금지시키겠다"던 곽승준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계획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한나라당과 교육과학기술부가 18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곽 위원장 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조례로 학원 심야 교습을 규제하고 있어 법으로 획일적으로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정이 이른바 '곽승준안'을 무산시킨 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각 시ㆍ도교육청이 이미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학원 심야 교습 금지를 입법화 해 규제하려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로 (법제화를 통해)제한하는 것은 사교육비 경감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심야 학원수강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사교육비가 줄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곽 위원장 안을 놓고 심도 있는 검토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학원 교습 시간 강제 규제는 개인 과외 등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날 협의 결과를 두고 곽 위원장에 대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의 완승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23일 곽 위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교과부 장관은 도대체 뭐 하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안 장관은 이후 공세로 전환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학원 야간 교습 금지 법령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공ㆍ사석에서도 이런 방침은 변함이 없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안 장관 특유의 '학습 효과'가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안 장관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교육계와 경제계 인사 등 이른바 '비선'(秘線)을 가동하면서까지 곽 위원장 안의 득과 실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내에서 조차 '월권' 비판을 사기도 했던 곽 위원장은 향후 정부내 교육정책 간여 과정에서도 입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조 등 곽 위원장안을 찬성했던 주요 교원단체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총 관계자는 "입법화는 아니더라도 현행 조례가 잘 지켜져야 학생들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고 사교육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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