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건설근로자인 이모(55)씨는 18일 생애 두 번째로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를 찾았다. 지난 2007년 12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빚를 탕감받아 돈을 갚아오던 이씨는 최근 아내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자 의료비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 그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가 없고 사채는 이자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채무조정 후 12개월 이상 꾸준히 빚을 갚으면 추가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돈 가뭄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신용회복기금과 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에 몰리고 있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800조원이 넘을 정도로 돈이 풀렸지만, 정작 서민들은 소득이 줄고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며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
18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서민들이 채무조정과 소액대출 상담을 해온 사례가 24만여건이 넘었다. 특히 지난 2월까지 4만건 내외이던 상담횟수가 4월 들어선 8만여건으로 늘었다. 그만큼 서민들은 돈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은 은행문턱을 넘기 힘든 신용불량자거나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신용회복 기금의 전환대출과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에 무려 3만여명이 몰렸다.
우리은행이 저신용자들을 위해 내놓은 '이웃사랑대출'도 2월 실시 이후 대출건수가 매달 2배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소득과 관계없이 국민연금 월납입 대상자만 되면 2,000만원까지 빌려주고 있다"며 "최근 7~9등급의 신용도가 낮은 영세 상인들을 중심으로 대출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력난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금융기관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정부의 서민금융대책에 발맞춰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4개 시중은행에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을 위해 1조3,600억원 한도로 대출을 해 주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7일 현재 저신용자 대출실적은 고작 716억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에서 만난 김모(51)씨는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저신용자 대출 상품이 있는지 조차 모른 경우가 있었다"고 하소연 할 정도였다.
또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잡은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는 아예 자금이 크게 줄어 대출 업무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과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과 출연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대출 수요가 워낙 많아 빌려 줄 돈이 바닥난 상태에 이르렀다"며 "재원 확충을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