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주의 가톨릭계 대학인 노트르담대학은 17일 낙태문제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여성의 낙태권리를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졸업식 연설 때문이었다. 가톨릭계 대학이면서도 낙태 지지론자를 연설자로 초청한 노트르담대학에서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찬반론자들이 고함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00여명의 반대론자들이 태아를 상징하는 사진 등을 붙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낙태는 살인" "살인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대선 구호인 "예스 위 캔"을 연호했다. 전날 20여명의 반대론자가 경찰에 체포된 데 이어 이날도 5명이 현장에서 연행됐다.
이런 소란을 접하고 "불편하더라도 움츠리지 않겠다"는 말로 운을 뗀 오바마 대통령은 "열린 가슴과 열린 지성, 공정한 말"로 낙태 문제를 논의하자며 "원치 않는 임신을 줄여 낙태를 하려는 여성을 줄이는데 힘을 합치자"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900여명의 졸업생, 가족, 교수진 등에게 "낙태는 어떤 여성이라도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결정이라는 데 의견이 같을 것"이라며 서로의 권위와 존엄을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자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낙태 반대자들의 고함소리로 네 차례나 중단됐다.
여성의 낙태권리를 인정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의식한 듯 매우 신중한 어조를 유지했다. 그는 의료진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조와 충돌하는 낙태나 기타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유보할 수 있는 '현명한 양심조항'을 입법화하는데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노트르담 대학이 낙태 지지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졸업식 연설을 허용하고 명예 박사학위까지 수여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NBC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이 명예학위까지 수여해서는 안됐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해외 낙태 서비스 제공에 정부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지 W 부시 전 정부와 달리 생명 윤리에 대한 진보적 정책을 펼쳐 보수진영의 반발을 사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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