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22일 모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지난달 만기일이 되자 22%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 그러나 투자했던 포스코와 SK의 주가가 장 마감 직전 쏟아진 대량 매물 때문에 급락하면서, 불과 10여분만에 25.4%의 손실을 떠안았다.
올 초부터 증권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있는 상품은 바로 ELS다. 많은 증권사들이 복잡한 상품구조 설명은 뒷전이고, '고수익 가능, 원금은 보장하지 않지만 까먹을 일은 거의 없다'는 애매한 문구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상품의 위험성은 최근 증시 활황과 업체들의 판촉 열풍에 슬그머니 묻혔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상품 구조가 문제
단 몇 분만에 수익이 손실로 변질되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여부까지 조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고수익을 안겨주리라 믿었던 ELS가 단번에 배신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
우선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단기금융파생상품으로 정해진 만기일 때 사전에 정한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10~30%의 추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즉, 증시가 안정적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만기일 종가로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구조도 큰 문제다. 이강도 굿모닝신한증권 OTC팀장은 "단 하루 종가에 의해 지급금액 및 수익률이 결정되는데 운용사들도 마지막 종가에 맞춰 모든 주식을 팔아 넘겨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량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3~5일 평균으로 수익률을 결정하거나 증시가 안 좋을 경우엔 팔지 않고 주식 자체를 넘겨주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위험요소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운용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지적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점을 노려 일부러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가 주로 ELS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자들은 이들 업체에 관한 정보수준이 매우 낮다"며 "ELS 상품 구조의 특징을 악용해 일부 수익률을 조작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튼튼한 운용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거래량 많은 종목을 택하라
그렇다고 무작정 ELS가 불안정하다는 낙인을 찍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주식 채권 펀드처럼 ELS상품도 투자상품의 하나이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의 묘를 발휘라고 조언한다. 투자 성격상 아무래도 위험이 높은 상품이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강도 팀장은 "이번 SK주식에 투자했던 ELS상품을 보니 실제 SK종목 거래량이 적어 마지막 종가가 기준치보다 밀릴 수 있는 위험이 컸다"며 "거래량이 많은 종목 위주로 사서 종가에 장난칠 수 없는 종목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경우든 ELS는 구조가 복잡한 만큼 꼼꼼한 상담이 필수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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