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담는 라이브 음반은 불황엔 자칫 뮤지션의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미 웬만한 팬들에겐 알려진 곡들이 트랙 리스트를 이루고, 더구나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사운드가 떨어지기 십상이어서 일반 음반에 비해 많이 팔리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브 음반을 내는 뮤지션은 뭔가 크게 '믿는 구석'이 있거나, 혹은 상업적인 계산을 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로 보는 게 맞다.
이런 의미에서 싱어송라이터 김동률(35)이 18일 내놓은 3장짜리 라이브 앨범 '2008 콘서트, 모놀로그'는 음악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난해 5집 '모놀로그'의 발매 이후 4차례 공연에서 건진 35곡으로 이뤄진 이 앨범은 어떤 배경으로 나온 것일까. "라이브 음반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일단 남을 수가 없어요. 시간과 제작비를 생각하면 못 만들죠.
그래도 지난 5집 앨범이 단시간에 판매 10만장을 넘는 등 잘 나간 덕분에 벌어 놓은 게 있어서 라이브 음반으로 좀 까먹더라도 괜찮다며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줬어요.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공연을 음반으로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고, 두고두고 들으며 힘을 내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조금 오버일 수는 있겠지만 좋은 공연을 자극하자는 사명감도 담겼어요."
사실 김동률이 라이브 음반을 마음껏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연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다. 가요계에 '90년대 감성'의 귀환을 불 질렀던 5집의 성공에 이어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100인조 밴드와 함께 했던 대형 콘서트들의 매진 행렬이 '김동률의 라이브 음반은 다르다'는 기대를 가능케 한 것.
"콘서트 준비할 때 3,4개월은 걸려요. 오케스트라에 맞는 편곡까지 곡마다 다 해야 하고, 리허설을 위해 다른 극장을 대여해야 할 정도로 품이 많이 들죠. 제게는 공연도 앨범의 연장선에 있어요. 앨범보다 더 노력한 점도 있고요. 이런 공연에서 뽑아냈으니 라이브 앨범으로 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라이브 앨범의 한계인 부족한 사운드를 김동률의 앨범은 극복했을까. 그는 여기에도 예의 꼼꼼함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공연을 경험한 분들에게 우선 당기는 음반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의 귀에도 감상용으로 듣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운드가 정말 잘 나왔어요.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유지하기 위해 믹스에 신경을 많이 썼죠. 거의 매일 새벽 4시까지 작업하며 두 달 정도는 지하에서 나오지도 않고 만든 앨범이에요."
앨범엔 그의 '전람회'시절 대표곡('기억의 습작' 등)부터'카니발'시절의 노래('거위의 꿈'등), 5집까지 솔로앨범('그건 말야'등)의 노래들이 고루 담겼다. 대신 라이브인 만큼 오리지널 곡들과 다르게 대부분 편곡되어 있다. 기존 그의 앨범을 가진 이들에겐 그래서 손이 더 갈 수 있지만 예전 김동률의 감성이 그리운 팬이라면 조금 서운하지 않을까.
"오래된 곡 중 다시 손대고 싶은 게 많았죠. 실력이나 여건상 할 수 없었던 시도를 해보려는 욕심이죠. 그렇다고 발라드를 록으로 바꾸는 식의 편곡은 하지 않았어요. 재즈풍의 곡에 빅밴드를 추가하는 정도로 팬들의 감성을 지키려 노력했어요.
특히 '취중 진담'은 새롭게 편곡하지 않고 오리지널을 지켰죠. 탱고로 바꾼 '배려'등 2곡은 스튜디오에서 새로 녹음해 앨범에 담았어요."
김동률은 하반기에 지난해 공연을 잇는 앙코르 무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후속 정규앨범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다. "아유, 저 느리게 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제 생각해봐야죠. 너무 보채지 마세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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