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산 제품들이 국내에서 제품 결함 등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포함해 MP3플레이어와 휴대폰, 노트북 등 다양한 IT 제품들이 성능 문제나 허술한 서비스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DSLR 카메라 메이커인 캐논코리아가 최고 사양의 전문가용으로 출시한 'EOS 1D 마크Ⅲ'(400만원대 중반)와 'EOS 1DS 마크Ⅲ'(700만원대 중반) 제품의 경우 촬영된 이미지에서 작은 얼룩무늬가 남는 결함이 발생해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은 회사 측은 뒤늦게 카메라 내부 오일이 이미지 센서에 흘러내린 사실을 파악, 가까운 대리점에서 사후관리(AS)를 해주겠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하지만 품질에 문제가 생긴 고가의 제품을 '리콜' 조치가 아닌 단순 '클리닝 처리'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소니코리아가 이어폰과 결합된 형태의 MP3플레이어 신제품 '소니 워크맨 W 시리즈'(11만9,000원)를 출시하며 실시한 예약 판매(4월27일~5월3일)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니 측은 특정 색상(라임그린ㆍ보라) 제품이 조기 품절되자, 소비자들에게 전화해 "색상을 바꾸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 배송이 7월까지 늦어질 수 있다"며 반강압적으로 제품 색상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예약 판매의 당초 취지를 잃어버린 채, 제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산 휴대폰도 제품 결함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소니에릭슨코리아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내놓은 '엑스페리아 X1'(70만원대 후반)은 자판 일부를 잘못 제작해 '세미 콜론(;)'이 2개로 중복 인쇄됐으며, 일부 기능을 실행할 때 작동 시간이 오래 걸려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올해 3월 SK텔레콤용으로 출시된 이 제품의 현재까지 판매량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5,0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를 만족시키지 못해 아예 짐을 싸서 철수하려는 일본 업체도 있다. 한국후지쯔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컴퓨터(PC) 시장에 신제품 공급을 중단하며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노트북'(넷북)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다,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국내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후지쯔 PC를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의 향후 AS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 제품들을 취급하는 일선 유통점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다지털카메라 등 IT기기를 판매하는 A사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IT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며 "문제가 된 제품의 처리를 본사에 의뢰해도 명확한 답변이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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